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할 추가 관세율을 당초 10%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무역분쟁 타결을 위한 협상을 모색하는 가운데세도 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경기 확장세가 둔화하자 하반기 재정 확대 방침을 정하는 등 방어벽 높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7월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측의 보복관세에 대한 맞대응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매길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도록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지시했으며 USTR은 수일 내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60억달러의 상품에도 25%의 관세를 더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동일한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0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10%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보복관세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향후 미중 무역협상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중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이날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 측 실무진이 양국 간 무역협상 재개를 위해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측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타격 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서 중국이 미국 측의 압박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투명하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전날 회의에서 재정확장과 금융완화를 뼈대로 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며 당국이 인프라 보완 및 유동성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견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는 미국의 무역장벽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될 수 있어 건설 등 내부 수요를 진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지난 2월(51.6)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중국이 정부 자금을 풀어 무역분쟁에 대응하면서 중국 경제의 최대 뇌관인 천문학적 ‘부채 폭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라지브 비즈워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부채 재조정과 무역전쟁 방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가 하반기 어려운 경제환경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변재현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