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메트’는 올 상반기 원외처방액 기준 2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8억원보다 27.8% 늘어 올해는 원외처방액으로만 연매출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출시된 제미메트는 LG화학이 앞서 출시한 ‘제미글로’에 당뇨병 치료 성분을 일부 추가한 제품이다. LG화학은 470억원을 투자해 2012년 국산 신약 19호로 제미글로를 출시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 제품에 밀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갖춘 대웅제약과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전체 처방액 700억원대를 넘어섰다. 제미글로가 승승장구를 거듭하자 일종의 파생 제품인 제미메트의 경쟁력까지 덩달아 주목받는 모양새다.
국산 신약 15호인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도 ‘듀카브’로 변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치료제인 카나브에 또 다른 고혈압 치료 성분을 추가한 듀카브는 올 상반기 원외처방액 7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여러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의 불편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치료질환을 새롭게 추가하자 매출이 급성장하는 신약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원제약의 ‘펠루비’는 2007년 출시 당시 골관절염 치료제로 국산 신약 12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요즘에는 해열진통제로도 각광받는다. 출시 이후 꾸준한 임상시험을 통해 지난해 9월 치료질환을 추가하면서 올해 사상 최대인 연매출 2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산 신약 10호인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는 세계 첫 폰탄수술 부작용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폰탄수술은 단심실증 환자에게 시술되는 심장병 수술의 일종인데 부작용으로 폐혈관 기능의 저하를 동반한다. 자이데나의 주성분인 유데나필이 폰탄수술 부작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 메지온이 미국 출시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산 신약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를 시작으로 지난달 CJ헬스케어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까지 모두 30개다. 하지만 12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서 정식으로 신약을 출시한 기업은 20곳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신약으로 인정받더라도 마케팅 전략의 실패와 경쟁사의 가격 공세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제품은 별다른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다가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기준 국산 신약 9종은 생산이 중단됐고 그나마 생산실적이 있는 20종의 연평균 매출은 105억원에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에 만족하지 않고 제형을 변경하거나 치료질환을 새로 추가하면서 국산 신약의 경쟁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며 “신약 승인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경쟁력은 향후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자양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