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우리 주력산업의 재도약 방향

4차산업혁명 활용 생산성 혁신하고

Only One 전략 펼쳐 차별화

2차전지 등 핵심업종 집중 육성을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통신기기, 2차 전지 등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산업이다. 우리 산업 및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세계 5위안에 들거나 메모리반도체, 조선 등과 같이 세계 1~2위를 하는 업종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대부분이 중국 등 신흥국들에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 여기에 임금상승,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국내 생산여건은 악화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2차 전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이미 성장률이 현저하게 낮아졌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주력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생산방식의 혁신, 기획, R&D, 디자인, 마케팅 등 가치사슬에서 생산 이외의 역할 강화, 차별화를 통한 제품의 Only One 전략, 핵심산업의 선정 및 집중 육성 등이 필요하다.

먼저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국내 생산의 확대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 주력산업은 생산에 있어 중국뿐만 아니라 심지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지만,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히려 제조업의 부활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제조부문이 그 자체의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 못지않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높은 임금수준에서 국내 제조 및 생산을 유지 및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한다. 독일의 인더스터리 4.0도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일환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발달과 관련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공장의 보급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만 개선해도 국내 생산을 더 확대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은 고비용, 저생산성 구조로 국내 생산 확대를 꺼리고 있고, 중소기업은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여건으로 생산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생산성을 임금에 걸맞게 향상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자동화 및 스마트화를 추진해 생산성을 향상한다면, 국내 생산을 현 수준보다 더 늘릴 수 있고 고용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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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기획,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핵심 부품·소재 및 자본재 생산 등 다양한 활동이 국내에서 이루어져 국내 부가가치 창출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을 세계적 관점에서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나 보호무역주의 및 생산비용 등으로 인한 해외생산 확대로 국내 생산부문의 고용이 감소할 수도 있지만 우리 기업이 성장하면 생산이외의 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향후 우리 주력제조업 및 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요 경쟁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Only One 전략이 필요하다. Only One 전략은 다양한 기술을 융복합하거나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중국 등 경쟁국과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체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 및 문화, 사회요소가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혁신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개방형 혁신시스템을 통해 Only One 제품을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이다. 애플은 외부의 다양한 IT기반을 활용해 기존 휴대폰과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창출해낸 것이다. 전기 및 수소연료 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로봇, 스마트공장 등 미래 신산업으로 정의되고 있는 많은 산업들도 다양한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기존 산업에서 파생된 것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핵심적인 산업을 선정하여 집중 육성하는 전략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핵심산업은 향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우리가 일정 정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노력 여부에 따라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어야 할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을 들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뇌의 역할을, 디스플레이는 눈의 역할을, 이차전지는 심장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미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향후에도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추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들 산업은 우리의 경쟁력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우리에게 전혀 기반이 없는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겠지만, 이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보다 집중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요 핵심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생태계는 매우 취약하다. 주요 핵심산업이 필요로 하는 장비나 소재의 국산화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핵심산업의 수요를 창출하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장비나 소재 공급에 있어 관련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신소재 개발 등에서는 대학 및 국책연구기관의 기초기술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생태계가 적절히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하며, 관련 중소기업의 육성이나 기초기술개발에 있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생태계 전반의 발전에 있어 대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이 자사의 부품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의 다각화나 창업을 추진하도록 돕는다면 자신의 제품 판매도 늘릴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이 자체 수요와 연계하여 소재 및 장비의 생산업체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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