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미 의회는 중국의 환태평양합동훈련(RIMPAC·림팩) 참가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이 경제·군사 등 다각도에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방어전략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은 1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7,160억달러(약 805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책정한 ‘2019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가결했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입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게 됐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중 제재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법안에는 중국의 군사·경제력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미 의회는 법안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를 중단할 때까지 림팩 참가를 금지하도록 했다. 림팩은 미 해군 주도로 2년마다 실시되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과 2016년 림팩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미 국방부가 초청을 취소했다. 또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인도와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중국의 자본 침투를 견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중국의 미국 내 거래(투자)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 및 제한해 핵심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도록 했으며 미국 대학 내 중국연구소에 대한 국방부 자금 지원도 통제하도록 했다.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미중 간의 신뢰를 갉아먹는 법안”이라며 “냉전적 사고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중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은 대중국 압력 강화를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종전의 10%에서 25%로 관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WSJ는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민감한 기술을 흡수하고 군사적 라이벌로 떠오르면서 미국이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미 의회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초당파적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44개 중국 기업과 연구소에 대한 핵심부품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수출통제 대상으로 추가된 기관에는 중국 최대의 미사일 시스템 개발 기업인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 산하 연구소, 통신 시스템 제조업체인 HBFEC,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산하 연구소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