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 한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5만원을 줄테니 주말 가족 이벤트를 만들어보라고 방학 때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어요. 아이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를 보러가자면서 교통편은 지하철이고 점심은 중식이라고 하더군요. 가는 길에 지하철을 거꾸로 타고 우왕좌왕 정신없었고, 심지어 점심을 먹는데 자장면 외에 아무것도 주문해서는 안된다고 두 아이가 호통을 치더군요. 겉으론 짜증을 냈지만, 속으론 대견하다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두 아이는 지리, 교통, 예술, 역사 등을 스스로 배웠거든요. 돈을 아끼면 벌 수 있다는 경제관념도 둘이서 터득한 거니 붙들어놓고 책을 외우라고 공부시킨 것 보다 효과는 두 배 이상이었죠.”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제 몫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양육과정을 설명할 때면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 할 이야기기가 많아지는 작가 강안이 에세이집 ‘오늘도 엄마인 내가 낯설다’를 냈다. 국문학박사인 그는 ‘아기 구름 하양이’ 등 동화책 작가다. 사실 이보다 더 잘 나간 책은 따로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가 남편과 함께 낸 ‘청소년을 위한 추천 영화 77편(총 2권)’이다. 작가가 부모들에게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한 ‘오늘도 엄마인 내가 낯설지만’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불안한 마음을 선배로서 단단한 말로 달래준다.
일례를 들어보자. 늦잠자고 지각하는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 “내 학교니? 니 학교지!”라고 받아칠 만큼 배포가 두둑해야 엄마노릇하기 편하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아이 습관들이기, 아이 독서 권장법, 아이 성교육법, 아이와 함께 볼 영화 고르는 법 등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엄마 노릇하기의 비결이 들어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어법의 문체는 거리낌없이 책장을 넘기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강인하다. 젊은 엄마라면 작가가 전하는 노하우를 실천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