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이 오히려 슬픔을 줄 때가 많다. 그림과 대비되는 삶의 고단함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예술 작품은 이처럼 사람의 내면을 건드린다. 배경지식도 없고 심지어 누가 그렸는지조차 모르면서도 고요했던, 하지만 가득 찼던 마음 속 물컵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이전부터 조금씩 채워왔던 물컵 속 물들이 그림이 준 마지막 한 방울로 넘쳐버린 것이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고난을 응대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낭만주의적인 작품이 더 그렇다. 이 작품들은 별이나 대양, 거대한 산맥이나 대륙의 단층을 묘사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즐거운 공포에 휩싸이고 인간의 불행이란 얼마나 사소한지 느낀다.
책은 140여점의 크고 선명한 도판과 저자 특유의 위트 있는 글이 어우러져 있다. 마치 저자와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음미하며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듯한 기분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삶의 고단함을 느낄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는 깊어진다고 강조한다. 달리 말하면 예술 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야말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인 셈이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