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인가, 새판 짜기를 위한 포석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군기무사령관을 전격 교체,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인사를 이끈 표면적인 요인은 기무사 개혁 방안 보고. 국방부와 기무사개혁위가 따로따로 마련한 국군기무사령부 개편안을 휴가 중에도 챙겨본 다음에 이 같은 인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임 이석구 사령관이 부임 10개월을 조금 지난 시점에 하차한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작전 전문가인 이 사령관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 군 내에서 문재인 정부를 보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성으로 손꼽혔었다. 기무사령관에 임명될 때부터 송영무 국방부 장관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보다 강하게 반영됐던 이 사령관이 급작스레 바뀐 이유는 이 사령관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둘러싸고 국방부 장관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기무사의 조직 논리를 중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기무사 해체를 위해 내려보낸 기무사령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보는 것 같다.
신임 남영신 기무사령관에게 주어질 역할 역시 전임자와 비슷하다. 울산 학성고, 부산 동아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학군 장교로 임관한 남 사령관은 전임자(육사 41기)와 임관 동기다. 비육사 출신 최초의 특전사령관을 지내고 기무사령관까지 역임했다는 기록을 안게 됐다. 기무부대나 육사 인맥과 큰 관련도 없고 기무사 개혁을 내부에서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남 사령관은 마지막 기무사령관이자 새로운 사령부의 책임자로 부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령부 형태로 남기는 하겠지만 이름이 바뀌고 예전과 기능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령관의 임명과 더불어 청와대는 기무사 인적 청산에도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무사 댓글 공작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들이 곧 원대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부대에 오기 전에 소속군과 본래 주특기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하극상 논란을 낳았던 송 장관과 기무사 대령 간 거짓말 공방 등이 기무 개혁을 앞당겼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로 송 장관에 대한 경질설은 일단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참모진과 대립하는 것 같이 보였던 송 장관에게 더 힘을 실어줘 국방개혁에 주력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고 있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기무사 위기관리 문건과 관련, “대(對)정부 위기관리 문건으로 기무사 고유업무”라고 밝혔다. 민주당 기무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민홍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04년 문건을 열람해봤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작성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등과 작성 목적이나 법적 성격 등의 차이로 비교가 무의미하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민 의원은 “기무사는 2004년 3월12일부터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통칭 대(對)전복 위기관리 평가회의를 했다”면서 “3월12일 위기관리를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주요 부대와 지휘관 및 국내 관련 사항에 대한 관찰 강화를 회의 결과로 사령관에 건의하게 된다”고 말했다./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