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안준한(32)씨의 잠을 깨우는 것은 침대 옆에 놓인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다. 센서가 안씨의 수면의 질을 파악해 AI 스피커에 전달, 일어날 때 피로와 불쾌감이 가장 적은 시간에 맞춰 새소리의 음량을 높여가며 깨워준다. 새소리의 음량에 맞춰 방의 조명도 서서히 밝아진다. 출근 준비로 드레스룸과 화장실을 수차례 들락날락해도 일일이 조명을 켜고 끌 필요가 없다. 집 안 곳곳의 조명에 달린 센서가 안씨를 감지해 동선에 맞춰 조명을 자동으로 켜고 끈다. 옷장 속 센서가 빨래해야 할 옷들을 알려주고 냉장고 속 센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들을 추천해준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며 문을 닫는 순간 주차장에 위치한 차의 시동이 자동으로 켜진다. 건강염려증이 심했던 안씨지만 이제는 손목 위의 스마트워치가 혈압과 혈당, 기타 생체신호를 감지해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가라고 알려줘 쓸데없는 건강 걱정도 덜었다.
사물인터넷(IoT)이 구현할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상상에만 머물렀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는 이미 우리 실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집집마다 TV 옆에 놓여 있는 셋톱박스와 AI 스피커, 아이들이 차고 외출하는 미아방지용 키즈워치, 차량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하이패스 등은 모두 IoT가 탑재된 제품과 서비스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앞다퉈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면서 IoT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75조원이던 전 세계 IoT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1,225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와 전자업체·스타트업까지 IoT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휴대용 호신용품과 가축 질병관리 시스템에, KT는 홈투카 서비스와 전기자전거 분실방지 기능에, LG유플러스는 학습용 의자와 욕실환풍기, 숙면 알리미 등에 IoT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이 플랫폼과 가전제품을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864곳 중 가장 많은 39.4%가 IoT 관련 스타트업일 정도로 관련 창업도 인기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IoT 기술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보안이다. IoT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된다. 모든 것들을 연결해 통제하고 감시한다는 점에서 잘만 활용하면 ‘테크노피아’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보안에 실패해 잘못 사용될 경우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일부 기술기업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러더’나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모든 인간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디스토피아’로 이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결되는 사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보안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IoT는 이전까지 상상에만 그쳤던 다양한 서비스를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면서도 “다만 통제와 조종이라는 측면에서 적용영역에 대한 논의와 철저한 보안이 갖춰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고 이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