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한-중미 FTA 시대의 새로운 파트너십 제안

중미 5개국과 FTA 조만간 발효

15년간 2.5조 생산증가효과 기대

우리 기업들 교역·투자 다양화로

美보호장벽 우회의 길 개척 필요

이인호 주엘살바도르 대사




영국 바리스타 데일 해리스는 9년에 걸친 도전 끝에 지난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가 전 세계 커피 산지를 샅샅이 뒤져 선택한 원두는 다름 아닌 엘살바도르의 한 농장에서 재배된 것이었다.


올해 초 정식 서명된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엘살바도르 커피를 더욱 쉽게 맛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가 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온두라스·니카라과·파나마 등 중미 5개국과 서명한 한·중미 FTA는 지난 2015년 6월 협상개시 이후 2년 8개월 만에 협상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발효를 위한 각국의 국내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중미 FTA는 우리나라 경제에 향후 15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수지 5억8,000만달러 개선 및 생산증가 2조5,700억원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국과 중미의 상호보완적인 무역구조로 우리와 중미 국가 모두 이익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뿐만 아니라 화장품·의약품·알로에음료·섬유 등 중소기업 품목의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농업의 경우 중미 지역이 주로 생산하는 커피·설탕 등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고 쌀·고추 등 우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농산물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돼 우리 농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했다.


게다가 이번 FTA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미가입국인 중미 국가들의 정부조달 시장이 우리에게 개방된 점도 기대된다. 정부조달이란 정부가 필요한 물자나 서비스를 민간에서 구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에너지·인프라·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크다. 이번 FTA를 통해 다른 나라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중미 정부조달 시장에 우리 기업이 먼저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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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미는 지리적으로도 의미가 큰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북미(미국·캐나다), 남미(칠레·콜롬비아·페루), 유럽(유럽연합(EU)·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과 이미 FTA가 체결돼 있는데 파나마운하로 대표되는 중미는 북미와 남미,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통과 무역의 요충지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한·중미 FTA는 우리 기업의 중미 지역 투자진출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은 중미 지역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요즘 미국의 보호주의 우려가 점증하는 가운데 한·중미 FTA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은 CAFTA·DR(미국·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온두라스·니카라과·과테말라·도미니카공화국), 미국·파나마 FTA를 통해 중미 국가들에 개방돼 있는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나 한미 FTA의 경우와 달리 미국이 개정이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미로부터의 마약이나 불법이민자 유입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중미 지역의 경제발전으로 치안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에 진출한 우리 섬유기업은 최근 15년간 약 3억달러를 투자해 우리나라에서 공급받은 원사와 원단으로 의류를 제작해서 주로 미국 등에 수출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기초로 우리 기업들이 중미 지역에 대한 투자진출 분야를 다양화해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3의 루트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6월 엘살바도르 국회가 중미 5개국 중 가장 먼저 한·중미 FTA 비준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와 국회, 그리고 나머지 중미 국가들도 하루빨리 국내 절차를 진행해 한·중미 간 교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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