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각각 한국·홍콩·대만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텐센트, TSMC를 아시아판 ‘FANG’으로 꼽으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이 해당국의 증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 조사기관인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세계적인 기술주 매도세 속에 삼성전자와 텐센트, TSMC의 시가총액 합산 규모는 올 초 1조1,000억 달러(약 1,240조원)에사 최근에는 9,240억 달러로 13%가량 떨어진 상태다.
WSJ은 “지난해 아시아의 3대 기술주가 각국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총은 올 초 340조원에 달했지만 6일 현재 약 295조원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코스피 지수 하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홍콩 항셍지수에 상장된 텐센트 역시 시총이 4,240억 달러로 2위인 중국공상은행보다 50% 가량 크지만, 텐센트 주가는 지난 1월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입으면서 약 14% 하락했다.
반도체 제조회사로 대만 최대기업인 TSMC의 경우 한때 올 초 대비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10% 가량 시총이 줄어든 상태다.
WSJ은 아시아 증시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대기업의 주가 하락이 증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증시의 ‘FANG’ 보다 한국과 홍콩, 대만 증시에서 거대 기술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 이들 기업의 주가에 따라 지수의 등락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FANG’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서 10%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삼성전자·텐센트·TSMC에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까지 합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의 19%를 차지한다.
캐롤린 마우러 BNP파리바 홍콩 주식 매니저는 “가장 큰 이익을 내는 기업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갖는 만큼 이들 기업이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