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화재가 잦다. 지난 1일 파주시의 물류창고와 제천시의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기록적 폭염에 냉방기기를 계속 가동하다 보니 과열에 따른 화재도 빈발한다. 흔히 화재 하면 겨울철만 생각하는데 큰 오산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더라도 11월부터 익년 2월까지의 화재 발생 건수가 연간 발생 건수의 35% 내외이고 5월부터 8월까지는 30% 내외이다. 다만 대형화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인명 및 재산피해가 조금 더 클 뿐이다.
얼마 전 소방청의 업무현황을 청취하면서 기억에 생생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를 거론했다. 제천 화재참사는 분노를 자아내는 대목이 많다. 거의 모든 대형화재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명참사였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는 법정 기본설비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비상구에는 물건을 쌓아놓아 그 급박한 순간에 탈출을 가로막았다.
결정적인 문제가 또 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지연됐던 것이다. 신고 7분 만에 사다리차가 도착했지만 견인차를 불러 차량들을 빼는 데 30분이 소요돼 골든타임을 놓쳤다. 화재 때마다 지적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왜 견인차를 구비하지 않는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차가 진입하면서 주차차량이 피해 입으면 소방관이 책임을 지는 것도 큰 문제다.
소방기본법에 의하면 긴급출동 시 소방서장 등 지휘관은 주정차 차량이나 물건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고 관련기관에 견인차량과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너무 한가한 규정이다. 초를 다투는 긴급한 순간에 지원을 요청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소방서에서 출동한 견인차가 불법주정차 차량을 치우는 게 먼저다. 그러면서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정차 차량이 손괴를 입더라도 소방차는 진입해야 한다. 피해구제 문제는 다음이다.
피해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소방관이 책임을 지거나 소송에 휘말려 고통을 당하도록 방치하는 현행 제도는 소극적인 소방관을 만들 뿐이다. 소송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의 판단 미스나 업무해태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때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천화재 시에 통유리를 깨지 않은 판단 착오와 같은 것 말이다.
화재에는 계절이 없다. 지극히 사소한 실수나 준비부족이 화재의 원인이다. 그러니 기본에 충실하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방시설과 소화기, 탈출구를 갖추자. 소방차는 어떠한 경우에도 화재현장에 최단시간 내에 도착하도록 하자. 차량 파손이 문제인가. 내가 다 물어줄 테니 이 차량들 당장 치우라고 울부짖는 제천화재 유가족의 아픔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 재물보다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