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부정(否定)할 수 없는 유소연 저력…부정(父情)이 만든 우승 '홀'인원

유소연이 6일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중 홀아웃하며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리덤세인트앤스=로이터연합뉴스유소연이 6일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중 홀아웃하며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리덤세인트앤스=로이터연합뉴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웨인 홀(왼쪽)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합작한 뒤 포즈를 취한 조지아 홀. /리덤세인트앤스=AFP연합뉴스캐디를 맡은 아버지 웨인 홀(왼쪽)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합작한 뒤 포즈를 취한 조지아 홀. /리덤세인트앤스=AFP연합뉴스


유소연 단독 3위

항아리벙커 빠지며 4타 잃었지만


포기않고 남은 14개홀서 버디7개

“경기 집중…자신감 많이 얻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안정감을 되찾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우승은 아니었지만 단독 3위로 한국 군단의 자존심을 지켜낸 유소연(28·메디힐). 경기 후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된 한 주였다”고 정리한 세계랭킹 4위 유소연은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의 격차를 조금 좁히며 월드 넘버원 탈환이 머지않았음을 확인했다.

유소연은 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로열리덤&세인트앤스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3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깊고 폭도 좁은 항아리 벙커에 티샷이 빠진 것이 화근이었다. 짧은 더블 보기 퍼트마저 놓였다. 4번홀(파4) 보기로 2홀에서 4타를 잃었다. 바로 뒤 조에서 경기한 선두 폰아농 펫람(태국)과의 격차는 그때 이미 7~8타 차로 벌어졌다. 선두에 2타 뒤진 3위로 출발해 역전 우승을 노리던 상황이었으니 충격이 클 법했다.


유소연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첫 네 홀에서 4타를 까먹은 뒤 바로 5~7번 3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남은 14개 홀에서 버디 7개(보기 1개)를 몰아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5번홀(파3) 칩인 버디가 반등의 계기가 됐다. 최종 13언더파의 유소연은 17언더파 우승자 조지아 홀(잉글랜드)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시즌 2승이자 메이저 통산 3승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유소연은 최근 2개 대회에서 공동 11위와 3위로 안정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앞서 그는 약 3주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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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홀 31언더파’의 대기록 보유자 김세영(25·미래에셋)은 21위에서 공동 4위로 뛰어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김세영은 4홀 연속 버디 등 버디 8개(보기 2개)를 퍼부어 쭈타누깐과 같은 최종 9언더파로 마쳤다. 그는 “재밌고 신기한 라운드였다. 링크스 코스에 조금씩 적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선두에 3타 뒤진 4위로 출발한 박성현(25·KEB하나은행)은 5타를 잃어 5언더파 공동 15위로 밀려났다. 4번홀 그린 앞의 항아리 벙커에서 세 번 만에 탈출하면서 더블 보기를 범했고 5번홀에서도 2타를 잃었다. 남은 홀에서 박성현은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더 잃었다.

홀, 메이저 대회서 생애 첫승

캐디아빠 첫날 성적 이어가고자

나흘간 같은 양말 신고 뒷바라지

신인왕 포인트 2위…고진영 추격

우승상금 49만달러(약 5억5,000만원)는 1타 차 2위로 시작한 홈 코스의 조지아 홀(22·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잉글랜드 선수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제패는 14년 만이다. 홀은 올해가 LPGA 투어 데뷔 시즌이지만 지난해 유럽 투어 올해의 선수로 뽑힌 ‘무늬만 루키’다. 같은 조 펫람이 초반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버디 3개를 잡은 홀은 후반 들어 버디 3개 추가에 보기는 1개로 막았다. 17번홀(파4) 더블 보기로 삐끗한 펫람을 2타 차로 눌렀다. 데뷔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한 홀은 신인상 포인트 576점(2위)으로 1위 고진영(889점)을 추격했다.

홀의 캐디를 맡은 아버지 웨인 홀은 경기 후 “양말 냄새가 고약하다. 이제 빨아도 된다”며 웃었다. 첫날 성적이 괜찮자 그는 남은 사흘도 같은 양말을 신었다. 공사 기술자 출신의 웨인은 딸이 7세 때 처음 골프채를 쥐어 주었다. 조지아라는 이름도 딸이 태어나던 해 잉글랜드 선수 닉 팔도의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기념해 지은 것이다. 마스터스는 매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다. 웨인은 “골프를 시킬 때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다. 연습 때도 늘 이 대회 우승을 상상했는데 오늘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미용사인 아내와 웨인은 과거 브리티시 아마추어 우승으로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의 초청장을 받은 딸을 미국에 보내지 못했다. 형편이 어려워 캘리포니아행 비행기 값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딸 홀은 “가정 형편과 별개로 내 골프가 뛰어나지 않으면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고 되뇌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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