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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가 손자 정조에 귀뜸해준 통치비법은

한국학중앙연구원 '봉모-오백년 조선왕조의 지혜' 특별전

어제조훈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어제조훈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후대 왕에게 주는 가르침 ‘모훈’

왕실 서고 ‘봉모당’ 자료 재조명

“내가 직접 조종의 가르침을 지어 우리 충자(세손, 후일의 정조)를 권면하오니, 성인이 되고 현인이 되는 것이 오직 너에게 달렸느니라.”


영조가 세손인 정조에게 주 10가지 조목의 훈사를 간행한 책인 ‘어제조훈’ 첫 면에 나오는 말로, 노년에 이른 영조가 왕위를 이을 손자(정조)에게 선왕의 기업을 잘 이어받아서 백성을 사랑하며 다스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훈계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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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개원 40주년과 왕실도서관 장서각 건립 100주년을 맞아 장서각 소장 왕실자료가 처음으로 한곳에 모였던 왕실 서고 ‘봉모당(奉謨堂)’ 자료를 재조명하는 ‘봉모(奉謨)-오백년 조선왕조의 지혜’ 특별전이 장서각에서 열리고 있다. 영조가 죽은 뒤 정조는 영조가 남긴 모훈(謨訓ㆍ후대 왕에게 주는 가르침) 자료들을 규장각 안 봉모당에다 따로 모았는데 그 뒤 역대 국왕들의 자료까지 추가해 장서 규모를 점차 늘려갔다. 봉모당은 앞서 통치를 한 국왕이 뒤에 오는 세자에게 귀띔해 주는 통치의 지혜가 집약된 곳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선의 통치철학과 국가 경영의 중심축이었던 네 개의 편목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소개한다. 네 개의 편목은 학문에 부지런히 힘쓰는 근학, 어진 이를 임용하여 그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용현, 나라의 근간인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는 애민, 역대 국왕의 선정(善政)과 유훈(遺訓)을 본받는 법조다.

시국제입장제생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시국제입장제생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시는 또 봉모당의 보관된 핵심 자료인 훈서류에 주목했다. 훈서는 역대 국왕이 통치를 통해 경험한 내용과 훈계의 뜻을 담은 책이다. 서적이 많아 전시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석구석 의미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자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정조가 국제에 응시했던 성균관 유생에게 내린 별유문인 ‘시국제입장제생’에서는 성균관 유생들에 대한 정조의 분노가 느껴진다. 정조가 출제한 시제에 유생 모두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백지를 제출하는데 이에 노한 정조는 별유문을 통해 시제의 뜻을 풀이하고 유생의 학문 수준을 비판한다.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 하은미 연구원은 “정조가 중간중간에 글자를 지운 흔적이 남아있는 등 화가 난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왕이 직접 쓴 글을 게시하는 일은 흔치 않았는데, 실제로 게시된 글인 만큼 위쪽에는 칼자국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법전·경국대전 등이 전시된 전시실 전경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법전·경국대전 등이 전시된 전시실 전경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이밖에도 ‘정조실록’의 부록만을 별도로 인쇄하여 편철한 ‘정종실록부록’도 최초로 공개됐고 영조가 신문고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감회를 적은 시 ‘어제문명신문고’등도 만날 수 있다. 오는 12월 15일까지 /성남=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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