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본 적이 없고 드루킹에게 6·13지방선거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허 특검이 수사 개시 41일 만에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확인할 예정이었던 핵심 혐의에 대해 본인이 먼저 해명한 셈이다. 김 지사가 주요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 등 핵심 물증을 바탕으로 김 지사를 거세게 압박했다. 특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9시25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앞에 나타난 김 지사는 댓글조작 공모 및 지방선거에 도움을 요청한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는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하는 정치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특검이 돼주기를 다시 한 번 부탁한다”며 특검 수사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특검 사무실로 올라간 김 지사는 허 특검과의 면담 없이 곧바로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에서는 김 지사와 특검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특검은 그동안 드루킹 측의 여러 관계자의 진술을 근거로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자동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시연회를 본 기억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특검은 드루킹이 제출한 USB에서 나온 드루킹과 김 지사 간 보안메신저 ‘시그널’ 대화와 댓글조작 내역 파일 등을 근거로 드루킹에게 댓글조작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이 아니었냐고 추궁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는 단순히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였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2017년 12월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대가로 제시하고 올해 6·13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냐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당시에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없었으며 센다이 총영사직은 단순 인사 추천일 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특검은 곧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일정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구속영장 청구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은 김 지사의 계속된 혐의 부인을 증거인멸 가능성과 연결해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특검에서 확보한 것이 주로 정황 증거들이라 발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