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인터넷銀 규제혁신, 고인 저수지 물꼬 트는 일"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銀 은산분리 사실상 첫 언급...‘실사구시’ 규제혁신 시동

19세기 영국 ‘붉은 깃발법’ 예로 들며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

文 “기존 금융社, 경쟁 없이 과점적 이익 누려...반면 新 시장참가자, 규제로 진입 어려워”

“감독기관 역할 중요...혁신과제 지속 발굴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면적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보다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제한적인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상을 인터넷 은행에 한정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문 대통령은 규제완화에 그야말로 ‘올 인’하고 있다. 6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며 “계속 머뭇거려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우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보회의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한 주제씩 매듭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들며 규제혁신의 속도와 타이밍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다”며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 버릴 수도 있다”며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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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로 인한 금융권 혁신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굳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반면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참가자들은 진입규제 장벽으로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은 금융혁신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며 “인터넷 은행이 단순한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 우리 금융산업의 일대 혁신을 추동하는 기수가 되려면 기존 은행 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로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은산분리라는 기본 원칙을 확고히 지키며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라며 “규제방식 혁신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은행 규제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은 금융분야와 신산업의 혁신 성장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감독기관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분야의 여러 기관과 금융회사들이 긴밀하고 조화롭게 협업해야 금융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권이 자칫 기득권과 낡은 관행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도록 금융혁신과 경쟁촉진 노력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혁신 과제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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