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 낙엽 하나로 천하가 가을인 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남북이 대결보다 협력 구도로 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교류를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신청사를 마련하며 ‘제2의 도약’을 선언한 한국고전번역원이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의 남북한 공동번역을 추진한다. 신승운(사진) 한국고전번역원장은 신청사 건립을 기념해 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965년 창립된 민족문화추진회가 2007년 11월 교육부 산하 학술기관으로 환골탈태한 것이 ‘제1의 도약’이라면 진관동 신청사 마련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선언한다”며 ‘승정원일기’의 남북 공동번역과 ‘한국고전총간’ 편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승정원일기’ 중 번역되지 않은 정조대의 ‘승정원일기’를 북한과 함께 번역할 계획”이라며 “현재 고전번역원은 ‘승정원일기’의 남북한 공동번역과 공동학술대회 개최 등 학술교류를 위해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승인이 나는 대로 고전번역원은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정조대 ‘승정원일기’의 단계별 공동번역 사업과 공동학술대회 개최 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북한에서는 사회과학원 소속 민족고전연구소가 한문 고전 번역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승정원일기’의 남북 공동번역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왕조실록’ 번역은 남과 북이 따로 했는데 경제적 측면에서도 공동번역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승정원일기’의 남북 공동번역 추진은 22%에 불과한 번역률을 높여 조기에 완역한다는 목적도 있다. ‘승정원일기’는 인조·고종·순종대 기록만 완역됐고 영조대 일기는 798책 중 253책만 번역됐다. 남북 공동번역은 350책 분량인 정조 일기를 오는 2030년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다. 만약 공동번역이 성사되면 ‘승정원일기’의 예상 완역 시기는 기존의 2051년보다 6년 이른 2045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고전번역원은 2014년에도 남북 공동번역을 추진해 북한과 여러 차례 접촉했고 관련 예산도 책정됐으나 남북이 긴장관계에 돌입하면서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아울러 고전번역원은 올해를 ‘한국고전총간’ 편찬 사업의 준비년으로 삼아 한국인이 저술한 모든 한문 고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분석, ‘한국고전총간’에 적용될 고전 문헌 분류체계의 수립, 수록 서종의 선정 원칙 마련 및 서종 선정, 영인·교감표점·해제·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10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고전총간’ 편찬은 경전과 연구서(經), 역사 문헌(史), 사상과 과학기술(子), 문집(集)으로 나뉘는 고전 문헌 가운데 이미 정리가 완료된 문집을 제외한 나머지 서적을 집대성하는 작업이다.
한편 고전번역원은 10일 오후4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석무 초대 고전번역원 원장, 정관계 인사를 초청해 신청사 공식 개관식을 개최한다. 민족문화추진회 시절부터 수차례 이사를 하다 서울 구기동을 거쳐 은평구에 지은 고전번역원 신청사는 지상 6층, 지하 1층 건물로 연면적은 7,36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