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에 고의로 불을 질러 국내 최대 규모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5대는 지난달 말 보험금 67억원을 가로챈 한 원양어선업체 대표이사 A씨(78)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A씨와 공모한 계열사 전 대표 김모(72)씨와 이들의 지시를 받아 선박에 불을 지른 고향 후배 이모(60)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6월께 40년 된 규모 4,000톤급 원양어선을 180만 달러(한화 19억 원)에 매입한 후 바누아투공화국으로 국적을 변경해 조업하려 했다. 그러나 애초 예상과 달리 인근 국가의 자국어장 보호정책과 채산성 문제로 매년 6억원 가량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김씨와 이씨 등과 화재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선박에 고의로 화재를 일으킨 후 전기 누전으로 둔갑시키기로 입을 맞췄다.
일당은 화재보험금으로 향후 사업까지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씨와 이씨에게 보험금으로 냉동공장을 설립해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공동 운영을 못할 경우 김씨와 이씨에게 보험금의 10%를 주기로 사전에 약속까지 했다.
이후 이들의 범행은 치밀했다. 이씨는 방화를 저지른 2016년 11월1일 열흘 전부터 해당 선박에 승선해 구조 파악에 나섰다. 범행 당일 새벽 5시께 이씨는 선박 내부 어창실에 인화물질이 묻은 헝겊을 깐 뒤 일부러 양초 3개를 1개 묶음으로 만들어 불을 붙였다. 양초가 모두 탄 5시간 뒤인 오전 10시께 배에 불이 나도록 방화 시간을 늦춘 것이다. 그사이 이씨는 공항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는 항공편에 타 알리바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의 범행은 13개월에 걸친 보험사의 끈질긴 조사와 해당 선박 직원들의 제보로 들통났다. 보험사 관계자는 “3년 동안 비어있던 어창과 어문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과 화재 6개월 전에 보험금을 늘려 보험사기가 의심됐다”며 “13개월 동안 조사한 증거 자료를 들고 2018년 1월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원양어선 업체는 방화가 의심되더라도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만 하고 외국 국적 선박은 사고 사실을 국내 수사기관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