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회공헌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1970년대나 1980년대에는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사회복지시설 앞에 라면이나 연탄·가전제품 등을 쌓아놓고 후원기업의 임직원들이 함께 모여 찍은 사진들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당시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금일봉(金一封)’으로 일컬어지는 비공개 후원금이나 생필품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이 만드는 회사에서 나무 심기를 지원하거나 자동차 회사에서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업종 특성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이 영리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재투자하는 것 외에 일부를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지속적으로 환원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를 가진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기반으로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었으니 기업은 사회구성원들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 그러면 결국 기업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참 현명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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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필품 기부에서 시작한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활동이 최근 다양한 지속가능 경영활동으로 변모하면서 예산 규모도 많이 커졌다. 그런데 투입 예산과 지속가능 경영지수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업을 택해 어느 정도 금액을 투입할 것인지는 경영성과와 전략에 따라 기업 스스로 규모를 정하겠지만 이때 임직원이나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에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도 지속가능 경영지수가 높은 기업들은 기부금 규모와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사회공헌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휴가나 성과 측정방법 등을 통해 제도적인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개인의 노동력을 투입해 땀을 흘린 봉사활동을 근무시간과 대체해주는 기업도 많아졌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사회공헌 취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자발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기업이 지원한다면 이것이 개인의 사회공헌으로도 이어져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SC제일은행도 매년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지속가능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이나 미술품, 여행지 모습을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로 녹음해 들려주는 것으로 해마다 임직원을 포함해 약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자원봉사에 지원하기 위해 목소리 테스트를 받는다. 필자도 얼마 전 테스트를 받으며 ‘SC제일은행장 목소리가 아닌 박종복의 목소리로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훌륭한 기업 사회공헌은 개인이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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