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지배구조 개편안 長考 들어간 현대차...대주주 결단 내릴까

모비스 인적분할후 상장설에 상승...글로비스는 4% 급락

현대차 "사실 아냐" 부인...증권가도 "현실성 낮다" 분석

안정적 승계·주주가치 제고 놓고 고민...연말께 나올 듯




현대차(005380)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시장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빨라도 3·4분기는 지나야 하고 늦으면 연말쯤 지배구조 개편안을 새롭게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현대모비스(012330)를 인적분할해 먼저 상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대차 지배구조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2.9% 상승한 23만1,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6%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대주주가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현대글로비스(086280) 주가는 전날보다 4.04% 급락한 13만500원에 마감했다. 일단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에 대해 부인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인적분할이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임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조만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액션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안정적 그룹 승계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모순 같은 명제를 풀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부인했지만 이날 주가를 움직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AS와 부품 모듈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우선 상장하는 데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정도를 팔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신설 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모비스 신설법인이 글로비스와 합병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총수 일가가 합병법인 지분을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모비스 존속법인과 바꿔 지배구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지난 5월21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중단된 후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서 제안했던 내용과 유사하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안의 가장 약점이었던 합병 비율 논란을 일단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시장에서 평가받은 주가로 합병해 뒷말을 없애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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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신설 현대모비스를 상장하더라도 가치 평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상장시켜 주가를 일부러 낮췄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신설 현대모비스가 미래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전기차 모듈 등 유망 사업을 모두 영위한다는 점에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해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도 안정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그룹의 핵심 사업부가 시장에 나와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넘어갈 우려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전제인 순환출자구조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걸린다. KB증권은 기아차가 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을 인수하고 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을 총수일가에게 넘기면 글로비스(합병법인)→모비스 (존속)→현대차→기아차→글로비스(합병법인)의 순환출자구조가 다시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연말께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자문단도 꾸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1차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100가지 이상의 안을 만들어두고 이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어떤 안을 내더라도 복잡하게 꼬인 순환출자구조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주를 모두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장고가 길어지고 갈수록 복잡한 안을 검토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결국 대주주가 손해를 보겠지만 가지고 있는 그룹사의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깔끔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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