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음주운전이 적발된 사실을 군에 알리지 않고 명예전역을 신청한 군인이 선발에서 제외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예비역 중령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1993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소속 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A씨는 국방부에 명예전역을 신청했지만 국방부는 “군인 신분을 숨기고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군인으로서 명예롭지 못한 행동에 해당한다”며 ‘비선발 처분’을 했다. 소청심사에서도 명예전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무려 24년 전의 일을 명예전역 선발심사의 기준으로 문제 삼아 당연히 받아야 할 이익을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정한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예전역 대상자로 선정돼 명예전역수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군인으로서의 신분에 내재해 당연히 보장되는 재산권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처분이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실질적인 이유로 삼은 것이라 하더라고 그것만으로 소급효 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 사실을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간 검찰이나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한 장교 인사관리규정은 군인 신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군인에게 기대 가능성이 없는 보고 의무를 부당히 강요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군이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식 명령 하달 및 준수 체계를 기본으로 하므로 민간법원에서 처벌을 받고도 지휘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결코 가벼운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