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이 연일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생활 이슈’를 집중 공략하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묵은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생활정책 발굴에 주력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실정을 부각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겠다는 포석이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위치한 경주에서 한수원 노조와 만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규탄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당 비대위가 한수원 노조에 먼저 요청한 것으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정부 견제 행보의 일환이다. 특히 경주는 한수원과 원자력발전소·방사능폐기장 등 원전시설이 밀집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싼 발전원료(원전)를 두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가 옳은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포기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전기요금체계의 전면 개편과 함께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을 연일 제안하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폭염과 혹한은 앞으로도 더욱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요금체계를 만들어 항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하태경 의원이 중심이 돼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폭염 재난 시 전기요금의 30%를 인하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근 논란이 된 BMW 차량 화재사건에 대해서도 두 당은 발 빠르게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정책 브리핑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리콜 관련 자동차관리법 개정 △집단소송 옵트아웃 방식 도입(원고 제외 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방식) 등 당 차원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의 가치 논쟁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은 당장 먹고사는 일이나 피부에 와닿는 이슈에 집중하기 마련”이라며 “주요 이슈에 발 빠르게 선제대응해 ‘내 삶과 직결된 정당’의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