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뼘 미술관] 나의 영원한 '그림 선생님'

<8>'그림을 그립시다'의 화가 밥 로스

파마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마크

군 복무중 아름다운 알래스카 자연에서 영감 받아

화가로 전업… 붓 하나로 슥슥 그려 시청자들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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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미소로 시청자들과 만났던 밥 로스.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미소로 시청자들과 만났던 밥 로스.


오늘은 당대의 유명한 화가는 아니지만 제 추억 한 페이지에서 잠시 소환하고 싶은 화가를 꺼내 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천천히” “여러분의 상상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참 쉽죠?” 목소리 기억하시나요.


바로 11년간 최장수 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붓 하나로 용기와 위로를 건넨 화가, 밥 로스(Bob Ross·1942~1995)입니다.

파마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밥 로스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밥 아저씨라고도 불리죠.

밥 로스의 상징인 뽀글 머리에는 웃픈(?)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요.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서 매번 머리를 만지려면 돈이 드니까 손질을 안 해도 되는 풍성한 파마 머리를 한 것이었죠.

사실 그는 이 헤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머리가 예상외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면서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런데 밥 로스가 원래 군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7살에 공군에 입대한 밥 로스는 잠깐도 아니고 무려 20년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복무를 했는데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알래스카에서 보낸 군대 시절이 그의 그림에 많은 영감을 줬다고 합니다.

밥 로스는 군 복무 때 독일화가 빌 알렉산더가 출연한 ‘유화의 마술’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자신도 잘만하면 그림으로 돈을 벌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데요. 그래서 군인 생활을 접고 1981년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미술학원을 차리게 됩니다.


학원을 차린 지 몇 년 후 미국 교육방송 PBS에서 방송제의가 들어오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선 1996년 EBS에서 수입해 ‘그림을 그립시다’ 라는 이름으로 더빙판이 방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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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방영했던 ‘그림을 그립시다’.EBS에서 방영했던 ‘그림을 그립시다’.






붓 하나로 숲을 완성해나가는 모습.붓 하나로 숲을 완성해나가는 모습.


이 프로그램은 무려 23시즌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도 아니고 23시즌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밥 로스는 한편을 찍을 때 똑같은 작품을 3개 그렸는데 방송 전 완성작을 미리 준비해뒀고 방송 중엔 완성작과 똑같은 그림을 그렸고 마지막엔 마무리용으로 하나의 작품을 더 준비했습니다.

어린 시절 방송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간단하게 그림을 완성할까” 멍하니 바라봤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유화는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밥 로스는 어떻게 30분 만에 쓱쓱 그림을 완성했을까요. 그 비밀은 그가 만든 웨트온웨트(wet on wet:물감이 마르기전에 다시 덧칠하기)기법에 답이 있었습니다.

일단 석고가루를 캔버스에 바른 후 일반 물감보다 유분이 많은 물감으로 바탕에 칠한 다음 그 물감이 마르기 전에 유분이 적은 다른 물감으로 덧칠하는 방식을 택했죠. 밥 로스는 스케치도 없이 페인트 붓, 나이프 등을 이용해서 그리기도 했는데요.

가끔 그렇게 그리다가 방송 중 실수를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땐 대충 손으로 스윽 문질러서 그라데이션을 만들며 실수를 만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눈 덮인 산, 침엽수림, 호수, 계곡을 주로 많이 그렸습니다. 나무를 그릴 때 마다 “혼자는 외롭잖아요. 친구를 만들어줘야죠”라고 말하며 여러 그루의 나무를 그 자리에서 그려 넣었죠. 참 따스하고 인간적이지 않나요?

그는 미술의 보급화, 대중화를 위해 이 프로그램 외에도 교육 비디오 등을 만들면서 대중들이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그는 1995년 악성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다음 시간에 만나자” 그의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지금은 비록 그를 만날 수 없지만 아직도 밥 아저씨는 제 마음 한켠 소중한 미술 선생님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오늘은 저도 유튜브에서 오랜만에 밥 아저씨의 동영상을 찾아봐야겠어요.

“모든 그림은 다르고 그렇기에 멋진 것이죠. 당신의 그림을 바라보세요.”-밥 로스

한뼘 미술관 다음회에 만나요.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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