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여섯 소녀의 '독립만세' 98년만에 인정받다

보훈처, 광복절 73돌 177명 포상

'3·1운동 재연' 배화여학교 학생 6인

처음으로 독립운동 인정 받아

98년 만에 독립운동을 인정받은 6인의 여학생. 김경화(왼쪽부터 시계방향)·박양순·성혜자·안희경·안옥자·소은명 지사.98년 만에 독립운동을 인정받은 6인의 여학생. 김경화(왼쪽부터 시계방향)·박양순·성혜자·안희경·안옥자·소은명 지사.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 맞섰던 여학생 6명이 98년 만에 독립운동을 인정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1920년 3·1독립만세운동을 재연한 배화여학교의 6명의 소녀와 무장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한 시인 김영랑(본명 김윤식) 선생 등 177명(여성 26명 포함)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게 건국훈장(애국장 31명·애족장 62명), 건국포장(26명), 대통령표창(58명)을 수여한다고 13일 밝혔다.


뒤늦게 애국지사로 인정받은 김경화·박양순·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 등 6명의 배화여학교 학생은 1920년 3월1일 학교 기숙사 뒤편 언덕과 교정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검거돼 재판에 회부됐다. 이들은 1년 전의 3·1운동을 재연하기로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등교하자마자 기숙사 뒷산과 교정에서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쳤다. 보훈처는 “3·1운동 1주년을 맞아 일제의 경계가 삼엄한 가운데 어린 여학생들이 결행한 만세시위라는 점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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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도에서 독립군의 항일투쟁을 도와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허은 여사, 명문 거족으로는 유일하게 일가 전체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으로 ‘혁명 가족의 안주인’이던 이은숙 여사에게는 각각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지난 1993년 애국장을 받은 곽림대 선생의 친딸로 황해도 신천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곽영선 선생도 애족장을 받는다. 부녀가 독립운동에 헌신해 서훈된 흔하지 않은 사례다.

전남 강진에서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시인 김영랑 선생에게도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선생은 장날을 이용한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하고 태극기 등을 제작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시인으로 활동하며 1930년대 ‘독(毒)을 차고’ ‘가야금’ 등을 발표해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출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활동을 했다. 일제의 갖가지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몇 안 되는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평안북도 의주 등지에서 의병으로 활약하다 순국한 계석노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다. 선생은 1908년 10월부터 1909년 3월 사이 평북 의주·선천·철산군 일대에서 유상돈의 부하로 의진에 참여해 군자금과 군수품을 모집하다 체포됐다. 서른네 살의 나이로 순국했다. 2015년 보훈처가 발굴한 ‘관보(1910년 6월20일)’ 등의 자료에서 순국 사실이 확인돼 뒤늦게나마 포상이 이뤄졌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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