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통계는 죄가 없다

이규진 성장기업부장

靑 "하위 10% 外 계층 소득증가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해석

자영업자 뺀 통계로 비판 받아

여야 막론 통계 왜곡, 신뢰 해쳐

이규진 성장기업부 부장.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의 왜곡·과장은 공공은 물론 사인들 간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중 정부나 공공기관, 연구·교육기관, 언론 등 공공성이 높은 영역에서의 통계 왜곡은 악영향이 실로 크다.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효과 발언은 비판받을 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야당 등은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4분기 가구 내 임금 근로자 중 소득 하위 10%만 빼고 나머지 계층의 소득이 모두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은 90% 긍정적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통계 해석에는 최저임금 탓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와 그 여파로 실직했을 수 있는 실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들어 있지 않았다. 특히 자영업자와 그 가족 등 비임금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5%인 680만명인데도 말이다. 임금 근로자만 놓고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평가하는 건 일면적이다. 종합적이고 정확한 평가라고 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들조차도 속도나 방법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반대세력인 자유한국당 등 야당 입장으로서는 청와대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야당은 떳떳한가.


올 1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이 겨우 1%에도 못 미쳤다면서 현 정부의 최저임금 보완책을 강력히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월급을 지급한 뒤 신청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구조상 최소 한두 달을 기다려야 본격적인 신청이 시작된다는 정부의 설명은 철저히 외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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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올해 5월 중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80%를 돌파했다. 이달 10일 기준 신청률은 96.6%다. 총 지원 대상 236만명 중 8만명만 남겨놓고 있다. 지급률은 31.7%로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2조9,000억원이 다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야당 등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해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해야 한다. 올 5월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업에서 5만9,000명의 취업자 수가 줄자 한국당과 여러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6만5,000명 늘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8만8,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600만명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체의 28.7%인 164만3,000명에 불과하다. 또 상반기 신설법인 동향을 보면 도·소매업은 전년 동기 대비 법인 설립이 19.5% 늘어 업종별 증가 1위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 왜곡의 압권은 ‘한국이 0.7% 성장할 때 미국은 4.1% 성장했다’는 비교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왜냐면 2·4분기 성장률은 한국 0.7%, 미국 1.0%였기 때문이다. 앞서 1·4분기는 한국 1.0%, 미국 0.5%였다.

미국 4.1% 성장률은 분기별 성장률을 근거로 추정한 연 성장률이다. 미국식으로 계산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8%다. 0.7대4.1이 아니라 2.8대4.1인 것이다.

정책을 비판하면서 단편적인 통계 데이터를 부풀려 왜곡·과장·선동한다면 오히려 설득력은 크게 떨어져 외면을 받게 된다. 특히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청와대든 여든 야든 통계 왜곡·과장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가로막아 논리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못보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실은 객관적으로 생산된 통계 수치 속에 오롯이 들어 있다. 그걸 내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악용해 세상을 속이려 드는 건 사람이다. 통계는 죄가 없다.
/sky@sedaily.com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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