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을 둘러싼 성난 여론에 당황한 여당은 국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며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도 강조했듯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개편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야당과 언론도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 2015년 국회의장 산하에 구성됐던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사례를 언급하며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공무원연금 개편 당시와 다르게 여야 공수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의 전신)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공무원연금 개편을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제출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국민연금보다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야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야권은 공세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기금운영본부장이 1년간 공석이었다는 점과 매년 6%대의 수익률을 유지하던 국민연금의 운영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대통령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 말하면 안 된다”면서 “여론을 보기 위해 흘려놓고 국민 여론이 나빠진다고 해서 대통령이 덮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합세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 의무가 있는 사실상 준조세로서 지금도 50대 퇴직 이후 연금 수령 전까지 적절한 수입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련법 개정안이 10월 국회로 넘어와도 쉽게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야권의 반대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각각 위원장직과 간사직을 맡고 있는 이명수·김명연 한국당 의원은 이번에 공개된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위 소속 김승희 의원 또한 이날 “정부는 수익률을 높여 국민연금의 곳간을 쌓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