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금융시장서도 '아메리카 퍼스트'...트럼프,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하나

터키 제재로 신흥시장지수 20%↓

시장 요동 속 美 주식·채권 비중

2016년 美 대선 이후 최고 수준

强달러 앞세워 투자자본 美로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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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무역조치와 경제제재를 앞세운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를 기반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본을 미국 시장이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터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미 달러화 강세와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 강행됐다고 지적하며 이 시점에 나온 미국의 무역조치와 경제제재가 글로벌 자금을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험난한 시기에 안정적인 시장을 찾기 때문에 신흥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은 해외의 다른 주식을 압도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분기 들어 3% 상승해 역대 최고점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 ‘포트폴리오 할당 추세: 승자독식?’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미 대선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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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의 독주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나 미국의 거듭된 경제제재에 시달리는 러시아, 관세 폭탄에 이어 추가 조치의 위협을 받는 터키가 통화가치 폭락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신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터키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로 최근에는 미국 제재나 관세와 무관한 신흥국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22개 신흥시장의 중대형기업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2% 가까이 내린 1,024.43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1월 고점 대비로는 20%가량 떨어진 것이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터키에 가한 경제적 타격과 관련해 “미국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복잡한 조직망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국제금융을 무기화하는 최신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신흥국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미 백악관은 터키가 구금 중인 미국인 목사를 석방하더라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철회는 없을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WSJ는 “미국은 자국 시장 규모 때문에 어떤 금융분쟁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중국을 비롯해 미국 채권을 내다 파는 국가는 미국을 아프게 하는 만큼 자신도 다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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