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념·가치 중시한다면 '사회적기업'에 길 있어요

기업유형 다양…수익성 개선 추세

서울시·고용부 포털 게시판 등서

업종별 수시채용 내역 확인 가능

정부 육성·지원 프로그램 확대에

직접 소셜벤처 창업도 도전할 만

"조직원·업무 분위기 환상 금물

자신 역할 찾아내야 취업 성공"

서울 테헤란로 11번가 셀러존에서 SK행복나눔재단 주최로 열린 ‘소셜 벤처 리크루팅 데이’에 참가한 소셜 벤처 관계자들과 취업 지원자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서울경제DB서울 테헤란로 11번가 셀러존에서 SK행복나눔재단 주최로 열린 ‘소셜 벤처 리크루팅 데이’에 참가한 소셜 벤처 관계자들과 취업 지원자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서울경제DB



#올 가을 대학을 졸업하는 김진수(가명·27) 씨는 최근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대학 시절 난민 관련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사회 문제에 눈을 뜬 김 씨는 돈 버는 것 못지 않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난민 관련 사회적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직접 소셜벤처를 차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제적인 부를 떠나 취업을 자신의 가치나 신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직업을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높은 급여와 안정된 고용 보장을 1순위로 따질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현 정부가 사회적 경제 인재유입을 위해 이 분야의 취업과 창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시장 확대에 한 몫하고 있다.


16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은 1,870개, 매출액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수익성도 해를 거듭할수록 개선되면서 영업이익 흑자비율은 2014년 20.8%에서 2015년 24.4%, 2016년 50.2%로 증가했다. 2007년 사회기업육성법 제정으로 사회적기업이 첫 닻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사회 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 혼합형 등으로 유형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이나 예비사회적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단체나 협회, 공공기관에 스태프로 합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적기업은 일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정기적인 채용시즌이 없다. 필요 인력에 따라 수시채용이 대부분이다. 사회적기업에 취직할 의사가 있는 청년이라면 온라인 전용 채용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 산하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시사회적경제포털의 구인 게시판에는 사회적기업들의 채용 내용이 수시로 올라온다. 업종과 지역, 고용 형태 등을 설정해 원하는 유형의 기업을 검색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도 별도의 일자리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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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공공의 성격이 강할 뿐 채용 절차는 일반 기업의 수시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개 서류전형과 면접 두 단계로 진행되며 업무 분야에 따라 전문 자격증이나 전공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사회적기업이라고 막연한 환상과 긍정적인 생각만 갖고 지원했다가는 탈락하기 쉽다. 신진 예술작가들의 정서적·경제적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에서 디렉터로 근무하는 송아영 씨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대표들이 다 좋고, 조직원들도 다 천사 같을 거라는 환상은 취업에도 도움이 되질 않고, 설사 입사하더라도 곧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기업도 조직의 구성원마다 일정한 역할이 있고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기업과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내가 어떤 비전과 가치를 갖고 있고, 해당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 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직접 창업하는 소셜벤처들도 늘고 있다. /사진제공=사회적기업진흥원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직접 창업하는 소셜벤처들도 늘고 있다. /사진제공=사회적기업진흥원


취업 대신 직접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길도 있다. 정부나 민간기업에서 주최하는 연대회에 참가하거나 육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셜벤처를 직접 창업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는 소셜벤처 창업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입상자에게는 창업공간과 창업자금, 멘토링, 성장지원 등 소셜벤처 창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해준다.

정부도 소셜벤처 활성화를 위해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펀드’ 조성 계획을 밝히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 단위에서 소셜벤처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청년소셜벤처에 1억원까지 창업 비용을 지원한다. 민간 대기업·공기업과 우수 소셜벤처 정보를 공유하고 분야별지원을 연계해 창업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다.

자원순환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정대웅 팀장은 “4~5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생들 가운데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학에 관련학과가 생기고 경영학 수업에서 다룰 만큼 안착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을 통해 자신이 고민해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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