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불협화음은 19일 당정청 회의 이후 퇴장하는 장면에서도 감지됐다. 장 실장은 김 부총리의 ‘정책수정 검토’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다섯 번이나 나왔지만 “정책위의장이 브리핑할 것”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장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 강화에 방점을 찍고 혁신성장에 대한 언급은 원론적인 데 그쳤다. 김 부총리의 “규제개혁과 미래 성장, 혁신성장 가속화를 통해 기업의 기를 살리도록 경제정책을 운영하겠다”는 말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사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갈등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는 경제관료로서, 장 실장은 소액주주운동가와 대학 교수로서 한 가닥씩 한 분들이고 그립이 강하며 욕심도 많다”며 “둘 사이가 충돌할 수밖에 없고 실제 알력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무회의 등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같이 공식석상에 있을 때 찍힌 사진들을 보면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둘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며 “사이가 안 좋은데 단둘이서 차를 마시며 환담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와 부작용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거나 청와대 경제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무적 이견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상황은 악화해 심지어 공개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최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이 있다”며 그중 한 당사자의 말을 빌려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고 전했다. 장 실장이 김 부총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부총리가 삼성 평택공장 방문과 동시에 삼성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가 “삼성에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단적인 예다. 청와대는 ‘구걸’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둘의 이견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에 대해서도 양측이 불편한 감정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SK의 15조원 투자계획 발표 전날 ‘한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이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 간 갈등의 이유는 무엇일까. 김 부총리는 현실적 시각에서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 실장은 지지층인 시민단체의 의견을 고집하는 등 경직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 실장의 태도에는 경제를 ‘이념’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요소가 있다. 이념으로 접근하면 경제정책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도 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마련이다. 실제 장 실장은 지난 6월 사퇴설이 불거졌을 때 “국민의 삶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전문가들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갈등을 이대로 두면 결국 피해는 서민경제에 돌아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장 실장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8일과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소득주도 성장론의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내 측근 그룹을 인사 조처하라”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싱크탱크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갈등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장 실장을 경질할 경우 ‘결국 관료에 포획됐다’는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경제는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태규·하정연기자 세종=임진혁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