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 총 영업이익은 3,8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318억원) 보다 15.3% 증가했다. 신탁사 11곳 중 10곳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국내 최대 부동산 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은 올 상반기에 매출액(영업수익) 1,394억원, 영업이익 9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7%, 17.9% 증가한 수치다. 주 수익원인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큰 손실이 없는 데다 수주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토지를 위탁받고 사업비를 조달해 직접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비 조달 의무가 신탁사에 있어 자기자본이 큰 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전체 분양금액의 4~4.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분양시장 침체로 차입형 토지신탁 업황이 예전만큼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토지신탁은 보수적인 수주원칙을 고수해 2017년 이후 대손충당금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분야 등에서 신규수주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신탁사의 실적 증가도 돋보였다. 특히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KB부동산신탁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8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4% 증가했다. 하나자산신탁도 27% 오른 32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고수익·고리스크 분야인 차입형 토지신탁 보다는 책임준공형 신탁 수주를 늘리며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한 부동산 신탁 업계 관계자는 “특히 KB부동산신탁은 정비사업 수주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향후 1~3년 후 실적 개선이 더욱 기대되는 업체”라고 말했다 .
이 밖에 코람코자산신탁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45억원으로 전년보다 16.2% 증가했고 대한토지신탁은 39.6% 증가한 28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탁사 11곳 중 한국자산신탁은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073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13억원을 기록해 8.4% 줄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차입형 신탁 수주량을 늘렸는데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일부 사업지에 대손충당금을 반영해 실적이 감소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에 워낙 신규수주를 많이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분기 수주가 줄고 있는 점은 우려할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 신탁업계 실적 판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지방 미분양 증가로 차입형 신탁사업이 예전만 못한데다 올해 추가로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부동산신탁사 1~2곳을 추가로 인가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금융, NH농협금융지주 등이 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규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초반에는 관리형 신탁 비중이 높은 하위 신탁사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신탁업체들이 사업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