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구국인 중국이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봉착해 산아제한 폐지나 강제 2자녀 정책 등 출산장려책을 내놓았지만 논란만 커지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난징대의 류즈뱌오·장예 교수는 최근 관영매체 신화일보에 출산율 제고를 위한 2자녀 기금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정부가 40세 이하 모든 남녀 성인의 월급에서 생육기금을 공제한 후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이 이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은 퇴직 때 기여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혼 남녀나 자녀를 낳지 않은 부부로부터 세금을 거둬 다자녀가정을 지원하라는 제안이다.
이 같은 제안이 알려지자마자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인구 전문가인 항룽칭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부의 출산장려책은 필요하지만 강제로 세금을 거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과거의 강제 산아제한 정책과 같은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강제 2자녀 정책을 제안한 류즈바오 교수는 500여명으로부터 항의 e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륙의 빈 둥지’라는 책의 저자 이푸셴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가능 연령을 16세로 낮추고 남녀 차등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가 “여자가 출산의 도구냐”는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과거 중국 정부는 급속한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1978년 ‘한 자녀 정책’을 강제 시행한 후 낙태와 불임시술, 남초 현상은 물론 호적에 오르지 못하는 자녀가 발생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진핑 지도부는 2016년 공식적으로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자녀를 허용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생자 수는 1,723만명으로 전년보다 63만명 감소했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중국 당국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관련당국은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1990년 10%에서 지난해 17.3%로 높아졌고 2030년이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매체들에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내년에 3자녀 허용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다자녀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설문조사에서 아예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한 자녀만 갖겠다고 대답한 비율은 70%를 넘는 추세다.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대부분 주택난과 교육비용 부담 등을 꼽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