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이자 1세대 공연 프로듀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겸 예술감독(55·사진)에게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해이자 신시컴퍼니의 미래를 준비하는 해다.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데 이어 신시컴퍼니 창립 30주년 기념작품으로 오는 9월 아역이 주축이 되는 ‘마틸다’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9월8일 첫 공연을 앞두고 지독한 폭염과 싸우며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박 대표를 최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뮤지컬 관객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그리고 창립 30주년을 맞은 신시컴퍼니가 앞으로의 30년을 향해 전진하는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마틸다’라고 생각한다”며 “2년 전 ‘마틸다’ 라이선스를 추진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아역을 내세운 뮤지컬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올해 ‘빌리 엘리어트’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틸다’까지 확보하면서 신시컴퍼니는 이제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은 ‘시카고’ ‘맘마미아’ 등 스테디셀러뿐만 아니라 청소년 관객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 라인업을 완성했다. 지난 30년간 뮤지컬을 포함해 공연계를 선도했던 신시컴퍼니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공했고, 이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뮤지컬 관객이 작품에 따라 다양화하면서 관객 저변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젊은 층이, ‘맘마미아’ ‘시카고’ 등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데,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 결과가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죠.”
아역 배우의 힘으로 드라마와 영화가 성공한 예는 수없이 많다. 최근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기에 ‘마틸다’의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영상 콘텐츠는 재촬영 등이 허락되지만 공연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아역 배우들의 연습과 재능이 상당히 중요하다. “‘빌리 엘리어트’ 할 때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마틸다’는 더 힘들어요. 그런데 마틸다 역의 아역 배우 4명(설가은·안소명·이지나·황예영)이 서로 내적으로 경쟁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을 많이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굉장히 어려운 안무도 열심히 연습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30년 전 신시컴퍼니의 막내로 입사해 연출을 거쳐 예술감독 그리고 대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부침이 머릿속을 스쳤는지 박 대표는 ‘공연 인생 30년’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희곡 ‘산불’을 각색해 ‘댄싱 섀도우’를 선보였는데, 그게 정말 폭삭 망했죠. 그때의 실패는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일류 대학에 다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시도하고 도전해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맷집’으로 지금까지 신시컴퍼니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요즘은 미래의 신시를 이끌어갈 이들은 후배들이라 생각에 많은 것을 맡기고 있답니다.”
앞으로 신시컴퍼니의 미래는 후배들에게 있다고 하는 그이지만, 박명성은 여전히 신시에서 정신적 지주이자 신시의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다. 신시의 스태프들은 “영혼의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택하는 건 역시 박명성 대표”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