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시대를 맞은 POSCO(005490)가 국내외 철강·화학 계열사 매각 및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바이오·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해 철강·화학 관련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OSCO는 계열사인 산화아연 제조사 리스텍비즈의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한다. 본 실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은 오는 9월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3~4곳의 사모투자펀드(PEF)와 관련된 기업들이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300억~4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8년에 설립된 리스텍비즈는 POSCO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제조공법으로 습식 산화아연(ZnO)을 생산하고 있다. POSCO 계열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산화아연은 주로 타이어·고무·세라믹 산업에 주로 사용된다.
리스텍비즈는 POSCO와 함께 개발한 습식 제조공법에 단독 사용권을 가지고 있어 기술진입의 장벽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POSCO와 다년간 장기공급계약권을 맺어 안정적인 매출처도 확보돼 있다. 2015년 자본잠식상태였던 리스텍비즈는 국제 아연 가격의 상승과 산업의 성장세로 2016년에 흑자전환했다. 국제 아연 기준가격이 2015년 12월 톤당 1,500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15년 이후 최근 3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이 12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억원, 5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113억원, 28억원으로 성장성과 이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올 1·4분기 영업이익만 8억원 수준으로 이 속도대로라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POSCO는 관계사 지분 매각뿐만 아니라 해외 계열사 IPO를 통해서도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POSCO의 해외 계열사 중 실적이 나오는 곳은 중국 쪽”이라며 “중국 계열사를 중심으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POSCO는 중국 계열사 중 장가항포항불수강(張家港浦項不銹鋼·ZPSS)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POSCO가 지분 80%를 가지고 있는 ZPSS는 리스텍비즈처럼 2015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포스코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베이징포스코센터의 지분 49% 매각건도 진행 중이다. 이미 매각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으며 예상 매각가격은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베이징포스코센터의 지분 매각은 2014년 완공 당시 중국 국영기업인 시노펙(중국석화)이 B동을 인수하려 했다가 무산됐다.
한편 최 회장은 올 초 취임하면서 바이오·에너지·소재 등 신사업을 키워 비철강 부문에서 POSCO의 향후 ‘100년’ 동안의 성장동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호현·강도원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