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조합이 참 고약하다. 고향과 세금이 어디 어울리는 단어인가. 그런데 일본에서는 고향과 세금이 찰떡궁합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후루사토(고향)납세가 그것이다. 이 고향세는 고향이나 지역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로 되돌려주는 제도를 일컫는다. 강제적인 세금이 아니라 자발적 기부제도인 셈이다.
일본의 고향세 제도는 지난 2008년 처음 도입됐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해가는 농촌을 위한 ‘지역재생’ 기부 프로그램이다. 첫해 81억엔이었던 고향세 유치액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201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 3,643억엔(약 3조7,000억원)으로 45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5년 기준 기부액이 지방세를 능가한 지방자치단체도 10곳 이상 됐다니 일본 정부가 놀랄 만도 하다.
일본이 이처럼 고향세를 크게 성공시키자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의원입법만 해도 10여건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을 보면 쟁점을 도출할 수 있다. 기부 주체와 대상, 기부액 한도, 기부금 사용처, 세액공제 비율, 답례품 범위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쟁점들은 고향세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해결돼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을 살려보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가 돼야 한다. 일본 역시 그런 취지에서 고향세가 도입됐다.
기부주체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 주민은 아니어야 한다. 기부 대상은 원칙적으로 도시 지역이 아닌 농산어촌 지자체여야 한다.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기부 대상을 모든 지자체로 하더라도 내용상 수도권과 대도시로 기부액이 흘러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부금 한도는 정하지 않되 정치기부금에 준하는 세액공제로 기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 도입 후 일본처럼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 일본은 기부자의 주민세를 면제해주는데 이는 지자체의 세금 감소를 가져오므로 제도 도입에 저항을 유발하게 된다. 지방세는 손대지 말고 소득세 공제를 통해 국세의 지방세화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 기부금 사용처는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농산어촌의 문제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이므로 출산장려정책과 귀농정책에만 기부금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 답례품은 일본의 예처럼 기부액의 30%를 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일본의 예로 볼 때 고향세가 농산어촌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지역 간 재정 격차 축소, 농축산물 소비 확대와 도농교류 확대, 출산율 증가, 농촌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행히 일본의 시행착오 과정을 볼 수 있으니 고향세 제도는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지방은 텅텅 비고 수도권에만 사람이 몰리는 기형적인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고향세라도 빨리 신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