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비강남권 집값 상승은 강남권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일명 ‘키 맞추기’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나서서 여의도를 통개발하겠다고 밝힌데다 강북권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공언해 비강남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비강남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가운데 박 시장발(發) 개발 호재에 따른 강세는 사업 진행이 더딜 경우 오히려 불안감을 키워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매매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5% 상승했다. 특히 이 가운데 용산구(0.29%), 영등포구(0.28%), 동대문구(0.18%), 은평구(0.22%), 중구(0.21%), 강북구(0.20%) 등 그간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비강남권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비강남 강세에는 강남권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요즘 서울 주택 시장을 정리하면 ‘비재건축’ ‘비고가’ ‘비강남’이 상승세인 3비 현상”이라면서 “이는 강남과의 갭 메우기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많이 오르지 않던 비강남권 위주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에 대한 선호는 높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매입해 들어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자금 부담이 크다”면서 “하지만 비강남권은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매입할 수 있다”고 수요자들이 강북권을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북의 위치 여부를 떠나 서울의 집은 하나의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경기권과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상경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강북권 강세의 이유라는 분석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의 개발 방침까지 더해져 비강남권의 열기가 가열됐다. 박 시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여의도 통개발’ 방침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강북권을 1970년대 강남 개발처럼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박원순 개발 호재가 맞물려서 오름세가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비강남권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강북 강세는 이제 초기 단계라는 인식 때문이다. 박 전문위원은 “강북권은 현재 상승기 초기의 모습”이라면서 “갭 메우기 장세가 추석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아직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까닭에 갭투자 등의 방법으로 추가 매입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비강남권 강세를 예상하는 이유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아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서울시에서 개발계획이 언급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직은 키 맞추기,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는 정도”라면서 “이 현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다 보면 추가 강세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폭발적인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못한다”면서 “강북권 상승 폭도 점차 둔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박원순 개발의 청사진이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강북권 집값 강세가 개발의 기대감으로 우선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개발사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시장 상황은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기대감으로 급등한 만큼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시장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강남권만 독자적으로 오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많다. 결국 강북발 강세가 강남권으로 이어져 격차는 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압구정동 R공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압구정동으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인식은 압구정동이 오히려 싸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중심인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경우 또다시 강남이 치고 오르는 일종의 도돌이표 현상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