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탈원전정책이 시행되는 와중에 진행되는 중국의 국내외 원전 확장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수출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하지만, 관청조직을 국영 사업조직으로 한 로사톰을 앞장세워 주도한 국가 지원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에 가장 확실하고 우수한 원전기술을 가진 한국은 탈원전 기조에 따라 진행되던 국내 신규 원전 6기 건설도 중단시켰다. 정부는 원전도입 대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영국·체코·폴란드·핀란드 등에 대한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생각대로 될까.
사우디는 올해 대형원전 2기의 국제입찰 일정에 따라 각국의 원전기술 평가를 지난해부터 진행해왔다. 수출에 관심을 가진 5개국을 2~3개국으로 압축해 집중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종전 5개국을 대상 국가로 공식화했다. 영국 셰러필드 근교에 건설될 신규 대형원전 3기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전력이 지명돼 지난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이후 제2의 원전 수출 꿈을 심어주나 하는 희망을 갖게 했지만 그 지명은 철회됐다. 최근 뉴스에서는 체코 원전이 사우디보다 먼저 도입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수순도 중요하겠지만 수출에 확실한 동력을 갖는 게 중요할 것이다.
사우디가 도입할 대형원전만 놓고 본다면 객관적으로는 한국이 가장 유리할 수 있다. 사우디는 약 3년 전 한국의 10만㎾급 소형원전 기술을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원전설계를 진행해 막바지에 와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엔지니어 40여명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파견돼 공동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양국은 신뢰의 바탕을 구축했다. 예비설계와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 Preliminary Safety Analysis Report)가 작성됐으니 소형원전 건설을 위한 인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사우디는 인허가 기관 확충을 위해 우리 기술을 도입했다. 현지 부지를 물색해 소형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대형원전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양국 간 신뢰관계가 구축됐고 이를 보완하면 어떤 국가보다 우리가 유리할 것이다.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사우디, 곧 결정될 체코, 우선협상 대상자의 입지를 잃은 영국 등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대통령도 UAE 원전 완공식에 참석해 우리 원전기술을 “신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대통령의 찬사는 한국의 제3세대 원전(APR1400)과 동급의 외국 원자로인 프랑스 EPR, 미국 AP1000이 공기를 맞추지 못해 전력생산에 영향을 주고 직접공사비도 상승해 우리가 경제성 면에서 우위를 나타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통령이 귀국한 후 오는 2022년까지 법적 운전이 가능한 월성1호기를 영구 정지시켜버렸다는 것이다. 한수원 이사회에서 산업부 공문에 근거해 취한 졸속행위이나 우리 과학기술자나 일반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리1호기는 40년 운전 후, 월성1호기는 36년 운전 후 영구영지시킨 것을 한국 원자로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이 설계한 고리1호기와 동일하게 설계된 5기가 60년 동안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외국 자본을 차관해 건설한 한국은 40년간 운전하고 폐기했다. 기술협력 관점에서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원천기술 개발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데 탈원전에 따른 조직과 전문성이 단절될 처지인 그 국가의 원전기술을 미래의 동반자로 받아줄 수 있을까.
남의 입장이 돼보는 배려의 마음이 없다. 정부가 확실히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정책을 가졌다면 조속히 탈원전정책 포기와 함께 원전 운전기간을 외국 수준으로 연장해야 한다. 그래야 원전수출 목표 달성은 물론 한국 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한국의 원전은 어느 국가의 것보다 안전하다.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원전 사고는 국경을 초월한다. 중국에 2030년까지 대규모로 건설되는 120여기의 원전은 대부분 우리 서해 쪽에 집중돼 있다. 만일 이곳에서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미세먼지의 이동처럼 방사성물질은 한국으로 오게 돼 있다. 탈원전 대책보다 대중국 대책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