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영업자로 내몰지 않는 게 진짜 자영업 대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처한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또 재정이 동원될 모양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위원회인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영세자영업자가 폐업 후 구직활동을 하면 정부가 일정 기간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구직활동 중인 청년에게 지원금을 한시 지급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세사업자와 청년들에게 일종의 실업급여를 주자는 의미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사정 합의 사항인 만큼 사실상 정부 정책으로 봐도 무방하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도 있다. 하지만 나랏돈을 투입한다고 해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지난해 이후 54조원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고용 참사였고 저출산 방지와 고령화 대응을 위해 각각 130조원과 80조원을 동원했어도 세계 최저 출산율, 세계 최고 노인 빈곤율은 그대로다. 재정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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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영업 문제는 돈만 푼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사회구조의 문제에 정책 실패까지 겹친 난제다. 그럼에도 정부와 위원회들은 당장 쓸 수 있는 손쉬운 방법에 집착하니 사태가 진정될 리 없다. 최근 고용 참사와 관련 19일 당정청 긴급회의에서 발표한 내년 일자리 예산 확대 방침에 대해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은 정부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대한 질책이나 다름없다.

지금 영세자영업자들은 자발적 의지로 된 게 아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퇴출당한 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뛰어든 이가 대부분이다. 일자리 부족이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의미다. 해법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족쇄를 풀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장애물을 치우는 것이 시급하다. 진정한 자영업자 대책이란 한창 일할 청년과 중장년층이 일자리가 없어 영세자영업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꿔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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