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공시가 올리되 '현실화율'은 현행 유지] 현실화율 인상 땐 복지까지 줄타격...후폭풍 커 일단 놔두기로

건보료 등 공시가 연계된 행정 항목만 60여개 달해

시세반영률 80% 땐 집값 떨어진 곳도 공시가 올라

수십억 고가 단독주택 현실화율만 상향 조정할수도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율은 그동안 논란거리였다. 공시가 현실화율의 대표적인 지표인 ‘시세반영률’은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와 감정평가 기법 등을 토대로 산출한 ‘시세’로 나눈 비율이다. 시세반영률이 얼마인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감정평가 업계에서는 단독주택의 경우 50% 안팎, 공동주택은 60~70%선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가 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 방침을 밝혀왔지만 일부 고가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속도 조절을 고려하는 이유는 현실화율까지 올릴 경우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시세반영률을 올리면 집값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진 수도권과 지방 주택의 공시가격까지 올라 상당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공시가격을 기초로 부과되는 각종 부과금과 복지 관련 판정 기준이 60여개나 돼 이에 따른 후폭풍 역시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김남근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반영해야 한다”면서 “다만 한꺼번에 이 수준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국토부는 “90%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위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노력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는 현실화율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집값 상승분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조정할 경우 집값이 크게 올랐던 서울 주요 지역과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세금 폭탄’이 떨어져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경우 올해 1월 초 한국감정원 평균시세가 14억2,000만원이었으나 로열층 기준 공시가격은 9억1,2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은 약 65%선이다. 기존의 시세반영률을 유지한 채 올 들어 8월까지 주택가격 상승분만 반영하면 공시가격이 10억300만원이지만 시세반영률을 70%로 올리면 11억2,300만원선, 80%까지 끌어올리면 12억8,000만원선까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른 세금 부담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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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파장이 커 현실화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과표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기준 등 60여개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재만 신한금융투자 세무사는 “예컨대 공시가격 인상으로 고령의 주택 보유자는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건보료, 증여·상속세 등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현실화율을 올리게 되면 올해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진 수도권과 지방 주택의 공시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핀셋 인상’ 요인이다. 한정희 부동산 평가과장은 “집값이 보합세거나 떨어진 수도권과 지방 주택의 경우 현실화율이 그대로 적용돼 공시가격도 보합세거나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단독주택-아파트, 9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그 이하 주택 간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형평성을 바로잡겠다고 김현미 장관이 나서서 수차례 밝힌 만큼 일부 주택은 현실화율과 시세인상에 따른 이중 공시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십억원 이상의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현실화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시세반영률 인상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에 합리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현 수준에 머문다고 해서 내년 서울 주요 지역의 보유세 폭탄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21일 김 장관이 밝힌 대로 올해 집값 상승분을 적극 반영할 경우 기존 시세반영률만으로도 공시가격이 크게 높아지고 이에 따른 보유세 부담 역시 대폭 늘어난다. 강남과 마포, 여의도 등 올해 집값 상승폭이 가장 컸던 일부 지역의 아파트 단지는 내년 보유세 인상폭이 상한선인 전년도 납입분의 50%까지 오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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