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의 단상이기도 하지만 그때 그 시절 대중의 문화적 욕구가 모여들고 성장한 곳이 바로 청계천 세운상가다.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은 1960~198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추억의 빽판, 전자오락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 :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를 11월11일까지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청계천 3·4가는 해방 직전에는 공습 시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소개공지(疏開空地로 공터가 개방돼 해방 후에는 월남민,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이주민들이 모여들어 생계와 주거를 해결하는 일종의 ‘빈민굴’이 됐다.
세운상가는 1967년 서울시가 청계천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이 지역 판자촌을 정리한 자리에 세운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다.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한국 최대 전자부품 상가로서 197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전자부품을 거래하는 세운상가의 이면에서는 셔터를 4분의 3까지 내린 채 각종 해적판과 불법 성인물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성행했다. 은밀하게 ‘빨간 비디오’를 사서 집에 가 틀어보니 엉뚱하게 방송인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이 울려 퍼지는 ‘사기’ 사건도 빈번했다.
일본의 비디오게임이나 오락실용 기판을 복제해 수출하며 국내 전자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었던 곳 역시 세운상가였다. 게임을 복제해 원판의 4분의 1도 안 되는 싼 값에 공급했다. 1990년대까지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에 별다른 단속도 없었다. 오락실에서 이용했던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 기판은 세운상가에서 만든 복제 기판들이었다.
청계박물관 관계자는 “한 때 세운상가 주변을 찾는 다는 것은 대중문화를 찾는 것이란 의미가 있었다”며 “대중문화의 언더그라운드 청계천이 서울에서 대중과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시민들이 느끼고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도록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의 전시 관람 시간은 평일과 토·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까지다. 11월부터 토·일·공휴일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