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Character)’들이다. 캐릭터는 사람의 성격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말이지만, 소설이나 연극에서의 사람, 더 나아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가상의 생명체까지 통칭된다.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는, 성격과 특징을 통해 생명력을 갖게 된 모든 객체를 캐릭터라고 부르고 있다.
머니테인먼트 연재 초기, 매니지먼트업에 관한 내용이 보도가 되었을 때, 캐릭터 매니지먼트(또는 라이선스)업에 종사하시는 분으로부터 ‘캐릭터도 다뤄달라’는 항의 아닌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매니지먼트의 영역은 사람이 아니라, 가상의 캐릭터까지 촘촘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릭터는 11개로 분류되는 콘텐츠 산업 중 하나로 2017년 기준 매출 10.5%, 수출 9.4%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분야다.
# ‘연봉 6조’, 90세 미키 마우스와 저작권
캐릭터라는 단어를 비즈니스에서 최초로 사용한 건 미국의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월트 디즈니(Walt Disney)’라는 사람이다. 1901년생으로 미키 마우스를 탄생시킨 월트 디즈니는 청년시절에는 만화에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도 했고, 20대 초반에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Alice’s Wonderland)‘라는 작품을 제작했으나 파산 했다. 하지만 1923년 자신의 형 로이 디즈니의 도움을 받아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를 창업했고, 1928년 미키 마우스에 목소리를 더빙한 세계 최초 유성 애니메이션 영화 ‘스팀보트 윌리(Steamboat Willie)’를 공개하면서 성공가도에 진입했다. 당시 ‘스팀보트 윌리’가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로부터 주인공 미키마우스를 제품에 넣어서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로써 캐릭터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캐릭터 사업은 저작권자가 타인에게 허용, 즉 라이센스 하여 캐릭터 상품을 제작판매(Merchandising)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체는 저작권자(Licensor)와 저작권 대행자(Sub licensor), 상품화권자(Licensee)로 구성된다. 제작판매에 대한 캐릭터 사용료(Royalty)는 외국이 평균 9-15%, 국내는 5-8%정도 받는다고 한다.
한국창조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매년 연봉으로 환산하면 6조원을 거둔다고 한다. 이 같은 어마어마한 저작권 수입 탓에, 이미 90대의 나이에 접어든 미키 마우스는 미국 저작권법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 왔다.
미키 마우스의 미국의 초기 저작권은 1790년 14년에서 출발해 미키 마우스가 탄생한 1928년에는 최대 5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었다. 1976년에는 저작권자의 사망 직후 50년까지 인정됐고, 이미 출판된 저작물의 경우 최대 75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은 2003년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1998년에 미국 의회를 통과한 미국저작권법(Copyright Term Extension Act of U.S.)은 1978년 이후 생성된 저작권의 보호 기간을 저작권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기업 저작권을 최초 발행일로부터 95년까지 연장했다. 미키 마우스법(Mickey Mouse Protection Act)으로 불리는 이 법으로 인해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은 1928년 탄생 95년 이후인 2023년까지 늘어났다.
# 스타에겐 있지만 뽀로로에겐 없는 것
가수나 배우의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는 항상 우발적인 리스크가 상존한다. 음주운전, 스캔들, 마약, 도박 등 종종 등장하는 스타들의 문제는 이들이 상품이나 제품이 아니라 감정과 인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은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스타와 회사 간 갈등과 배신 등이 사업의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노예 계약’과 같은 악성의 계약형태도 이 같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신 탓에 생겨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키 마우스’나 ‘뽀로로’ 같은 캐릭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권리만 잘 정비해놓으면 회사와 갈등을 빚거나 배신을 하지 않는다. 연예인의 ‘돌발행동’이나 부상, 스캔들의 리스크가 전혀 없고, 각종 부가사업의 초상권을 놓고 캐릭터와 회사가 다툴 일도 없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씩만 키워줘도, 아이돌 그룹 멤버들처럼 질투나 시샘이 생겨날 염려도 없다.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늙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 영화계를 평정했던 ‘어벤져스:인피니트 워’의 캡틴 아메리카는 1941년생, 슈퍼맨과 배트맨은 각각 1938년, 1939년생이다.
1934년 만화화된 백설공주나 1989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장한 인어공주처럼, 오랜 세월 동화에서 캐릭터로 이어져 내려오는 캐릭터들도 있다. 아이들의 친구 도라에몽 역시 1969년생이니 부모세대부터 인기는 대물림 되고 있다. 이 같은 생명력의 지속성 때문에 캐릭터의 광고효과가 연예인보다 낫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월트 디즈니는 100년 넘는 역사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차례로 실사 영화로 제작한다고 하니, 사람이나 작품보다 캐릭터 저작권의 위력이 실로 거대하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5월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에 이어 피터팬의 두 번째 버전, 알라딘, 팅커벨, 곰돌이 푸, 크루엘라, 신데렐라 왕자 버전인 프린스 차밍, 피노키오, 칩앤데일, 아더왕, 코끼리 덤보, 뮬란 등이 차례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한성대 융복합과정 교수·성북창업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