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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성공할까… 석유공사, 하베스트 지분 매각 연내 재추진

부채비율 700%, 연이자만 4,000억원 '밑빠진 독'

볼레오·웨스트컷뱅크 등 광구 매물 잇따라 나올듯

※2017년 기준. 하베스트 장부가액은 2016년 기준임.   자료:알리오※2017년 기준. 하베스트 장부가액은 2016년 기준임. 자료:알리오



한국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인수했던 하베스트의 매각 작업을 연내 재추진한다. 하베스트를 신호탄으로 자원공기업 3사의 해외 광구 매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올해 하반기 일부 지분 매각 및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베스트가 보유하고 있는 4,000여개 유정의 분류 작업을 끝마쳤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포함한 보유 광구의 매각 일정 등을 포함한 합리화 계획을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하베스트는 지난 2009년 석유공사가 4조5,5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한 캐나다 자원기업이다. 블랙골드 등 비전통자원인 샌드오일을 비롯해 유정 4,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베스트는 2016년 기준으로 석유공사가 생산해내는 원유의 19%, 매장량의 32%를 담당하고 있을 만큼 핵심 자회사 중 하나다. 하지만 인수 이후 셰일가스 개발이 촉발한 유가 하락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이어졌다. 2016년말 기준 장부가치는 3,07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있는 상태다. 영업적자도 2016년 3억4,820만달러, 2017년 2억8,220만달러에 이어 올 상반기 1억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수액은 4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대표적인 ‘비리’ 사업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지만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바라보는 하베스트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지난 2016년 한국투자증권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은 컨소시엄을 이뤄 하베스트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 바 있다. 만기도래한 채권의 상환을 위해 자금조달에 나선 석유공사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석유공사와 한투 컨소시엄 간 조달금리를 놓고 이견이 커지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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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는 같은해 11월 하베스트가 발행한 2억 달러 규모의 신규채권을 지급보증하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했다. 하베스트는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무디스 Caa1-, S&P CCC+)이라 보증 없이 돈을 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입된 신규자금은 하베스트가 보유한 샌드오일인 블랙골드 광구 생산시설 완공에 들어갔다.

IB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투자유치보다는 하베스트의 지분을 일부 매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부채비율이 700%에 달하는 만큼 하베스트가 보유한 유망광구 등을 매각해야 경영 정상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물어야 하는 이자만 4,000억원에 달한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채무보증 잔액도 2조2,570억원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인프라 투자들도 관심이 높아진 시기인 만큼 석유공사 입장에선 매각 이외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하베스트 소수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투자한 북미 지역 셰일오일 기업에 20년 장기로 물량 공급을 계약하는 게 전제조건이었다. 자사가 소유한 송유관 등의 미드스트림(Midstrea) 회사와 기름을 생산해내는 업스트림(Upstream) 회사인 하베스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매각을 필두로 한국가스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등의 해외광구도 잇따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광물공사의 경우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 TF의 권고안에 따라 보유 해외 광구를 전부 매각하고 민간 자원기업의 지원 업무로 영역을 좁히기로 한 바 있다.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을 비롯해 마다가스카르 니켈·코발트 광구인 암바토비, 칠레 꼬브레파나마 등 ‘알짜’ 광구가 모두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가스공사도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등 부실논란이 일었던 사업들을 중심으로 매각 분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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