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고위관료, 한국기업과 잇단 스킨십…경제 교류 속도내나

저장성, 효성과 2대째 우호 관계…지속 투자 요청

후베이성장도 현대차 사옥 찾아 車산업 협력 논의

G2 무역전쟁에 '한국과 경제관계 재설정' 해석도

중국의 광역자치단체장에 해당하는 성장(省長)들이 거의 동시에 한국을 찾아 산업 현장과 산업계 인사들을 연쇄 접촉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지난해 여름 최고조에 달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보복이 차츰 완화되면서 경제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중국의 행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의 고삐를 죄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도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이 한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재설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현재 분위기에서 중국에 신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많다. 이런 시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투자 파트너가 한국이다. 동북아 분업체제를 강화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한국이 필요하다. 북한 정세를 포함해 향후 아시아·태평양의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도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더욱 절실해진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조현준(왼쪽) 효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사옥에서 위안자쥔 중국 저장성장과 두손을 마주 잡고 반가워하고 있다. /사진제공=효성그룹조현준(왼쪽) 효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사옥에서 위안자쥔 중국 저장성장과 두손을 마주 잡고 반가워하고 있다. /사진제공=효성그룹



◇2대째 우호관계 저장성…효성에 지속 투자 요청=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반포 사옥에서 위안자쥔 중국 저장성장을 만났다. 이번 만남은 23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방문한 위안 성장이 조 회장에게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

환담은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위안 성장은 효성이 저장성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달라고 부탁했고 효성은 중국 내 사업확대를 위한 기업환경 개선 등을 적극 요청했다. 실제로 효성은 저장성에 6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스판덱스와 삼불화질소(NF3)를 포함해 섬유·화학 등 핵심 주력 사업의 신설 및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특히 중국 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를 부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자싱 스판덱스 공장에 투자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취저우 투자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제2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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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은 효성과 2대째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곳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05년 저장성 당서기 자격으로 효성을 방문해 조 회장의 부친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경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조 명예회장은 당시 시 주석이 주최한 투자설명회에 직접 참여해 투자유치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또 2015년 조 회장은 당시 부성장이던 위안 성장과 함께 저장성 취저우에 9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저장성은 글로벌 효성의 초석으로 지난 20년간 함께 성장해온 곳”이라며 “100년 효성의 동반자로 함께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샤오동(왼쪽 다섯번째) 중국 후베이성 성장과 쉬홍란(〃 여섯번째) 우한시 부시장이 27일 서울 양재당 현대차 사옥을 방문해 설영흥(〃 네번째)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고문 등 현대차 중국 담당 경영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왕샤오동(왼쪽 다섯번째) 중국 후베이성 성장과 쉬홍란(〃 여섯번째) 우한시 부시장이 27일 서울 양재당 현대차 사옥을 방문해 설영흥(〃 네번째)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고문 등 현대차 중국 담당 경영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찾아 車산업 협력 논의한 후베이성=왕샤오둥 중국 후베이성장은 27일 쉬훙란 우한시 부시장, 친쥔 후베이성 상무청장과 함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정문에서 이들을 맞은 이는 현대·기아차의 중국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설영흥 고문과 이병호 중국사업본부장, 정락 중국제품개발본부장. 이들은 완성차와 부품·친환경차 영역에서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중국의 거대 완성차 업체인 둥펑기차 본사가 위치한 후베이성은 중국 내에서도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지방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체 공업 생산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5%에 달할 정도다.

왕 성장은 이날 현대차 중국 담당 경영진에 현지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현대차 측은 사드 여파로 추락한 제품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성 정부 차원의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후베이성을 포함해 중국 내 다양한 지방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이 사드 해빙과 중국 실적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역시 바닥을 찍고 개선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올해 7월 누적 중국 판매량은 41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늘었다. 기아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만대 이상 많은 19만1,000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박성호·조민규기자 junpark@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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