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8·27 부동산 대책] "공급확대 신호 의미 있지만...당장 서울 집값 잡기엔 역부족"

서경펠로·전문가 진단

예측된 카드·학습효과에 실제 공급까지는 3년 시차

투기지역 지정해도 이미 양도세 강화·대출규제 받아

광명·하남·구리·안양동안·광교는 가격조정 불가피

국토교통부가 서울 동작·종로·동대문·중구 등 4개 자치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27일 동작구 흑석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방문객이 들어서고 있다.  /권욱기자국토교통부가 서울 동작·종로·동대문·중구 등 4개 자치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27일 동작구 흑석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방문객이 들어서고 있다. /권욱기자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동작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공공택지 30여곳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이미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수준인데다 정부의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결국 올랐다는 이른바 ‘학습효과’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규제를 새롭게 적용받게 된 광명·하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당분간 가격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지금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27일 부동산 시장 전문가와 현직 공인중개사인 ‘서경 부동산 펠로’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집값은 당분간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 이후 매매가격 주간조사에서 서울 집값이 두 배씩 급등했던 상황 등은 주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규제지역을 확대한다고 해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의 배경에는 우선 이번 대책을 그간 충분히 예상했다는 데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정부는 8·2대책 1년이 됐을 때부터 투기지역을 추가하겠다는 등의 규제강화 방침을 밝혔다”면서 “이날 발표한 대책이 약 한 달간 업계에서 예상하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투기지역이 확대되더라도 현재 적용받는 규제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집값에 제동을 걸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다수의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투기지역이 되는 동작·동대문·종로·중구 등에서 추가되는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세대당 1건, 만기 연장 등이 전부다. 투기지역에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율을 10%포인트 중과하는 규정이 있지만 현재도 서울 다주택자들은 최고 20%포인트까지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런 이유 탓에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투기지역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현재도 양도세 중과 등을 적용받고 있는데다 앞으로 정부가 추가 대책을 충분히 꺼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값이 들썩였다”면서 “이번 대책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올랐다는 ‘학습효과’가 정부 대책의 효과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함 랩장은 “시장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강력하다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면서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이번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중개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대출제한으로 추가 수요 유입은 좀 억제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투기지역 지정 하나만으로 여기서 가격을 낮춰 팔고 나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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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30여곳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해 공급물량을 30만가구 이상 확보하겠다는 대응도 당장 집값을 잡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안 부장은 “그간 공급이 충분하다고 줄곧 주장한 정부의 스탠스가 바뀐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서울 요지에서 공급하려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등 제한이 많아 앞으로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권 팀장은 “공급확대 정책에는 많게는 3년 이상의 시차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당장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는 힘들다”고 했다.

다만, 수도권 시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투기과열지구가 된 광명과 하남, 조정대상지역인 구리·안양동안·광교 등에서 가격 조정이 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뉘는 것이다. 안 부장은 “광명·하남 등의 수도권은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새로 추가되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LTV·DTI가 40%로 제한될 뿐 아니라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함 랩장은 “구리·안양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양도세 중과 제도가 새롭게 적용된다”면서도 “서울에서 호가 급등의 원인이 되는 ‘매물 잠김’ 현상이 구리 등에서도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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