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지 100만년이 채 되지 않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늦게 생성된 섬이자, 서쪽 끝에 자리잡은 퍼넌디나 Fernandina 섬은 마치 시간을 잊은 곳 같다. 이 섬의 유일한 선착지인 푼타 에스피노사 Punta Espinosa에 도착해 고무보트에서 내린 후, 해안을 따라 늘어선 빽빽한 맹그로브 숲을 지나면 수백 마리의 차콜색 바다 이구아나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몸 위에 올라타 마치 합창하듯 재채기를 하며 소금물을 뿜어낸다.
지난 50년 간 6차례 용암을 분출하며 전 세계 최고의 활화산이 된 라쿰부레 La Cumbre 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굴곡진 용암 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 그늘에선 바다 사자가 얕은 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이내 밀려오는 파도와 섞인다. 갈라파고스 붉은 게들이 검은 해안가를 따라 총총히 움직이고, 갈라파고스 매가 유유히 상공을 가른다. 섬을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아직 퍼넌디나 섬에 들어온 외래종은 없다.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원초적인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아주 멀리 떨어진 도피처를 찾는다면, 갈라파고스 군도만한 곳이 없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약 600마일 정도 떨어진 태평양 한 가운데 위치한 이 군도는 20개 화산섬(그리고 1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다. 연간 방문객 수가 20만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유토피아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수 많은 생물들-갈라파고스 땅거북, (총 13 종의) 갈라파고스 핀치 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갈라파고스 펭귄 등-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찰스 다윈은 그의 주요 논문 ‘종의 기원에 관하여(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이 섬을 지도 상에 표기하며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을 펼쳤다. 그 후 약 160년 동안 갈라파고스는 생태계 보전 운동의 상징이 됐다.
관광객들이 퍼넌디나 섬에서 발견된 고래 뼈를 촬영하고 있다. 출처: 포춘US활동적이면서 지적으로 유익한 모험을 하고 싶다면, 갈라파고스 섬 탐험은 매혹적인 선택지다. 다윈은 “쉽게 1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아직 인생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휴가를 보낼 때 화두로 삼을 만한 말이다. 화성 표면과 유사한 바르톨로메 Bartolome? 섬의 최정상을 등정하거나(갈라파고스를 대표하는 오벨리스크 모양의 피너클 록 Pinnacle Rock이 거기에 있다), 산타크루스 섬 바차스 비치 Bachas Beach의 눈부신 백사장 위를 걷거나(이 곳은 푸른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다), 혹은 카약을 타고 이사벨라 섬의 작은 만을 돌며 펭귄과 브라운 펠리컨들을 구경할 수 있다. 어떤 활동을 하든, (여유로운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늦은 오후 시간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 동안 운동에 소홀했다면, 아마 이 곳에서 다시 감을 찾게 될 것이다.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에 일종의 ‘경이로움’이 부족했다면, 갈라파고스 섬이 그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이사벨라 섬의 우르비나 베이 Urbana Bay(82마일로 가장 긴 해변이다)를 따라 한가로이 거닐다 보면, 대부분 백 살이 넘은 갈라파고스 땅거북들이 어슬렁거리며 기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사벨라 섬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타구스 Tagus 곶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코발트 색 불가사리와 화이트팁 리프 샤크 white-tipped reef shark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갈라파고스 가마우지가 먹이를 찾아 바다 속으로 다이빙한 후 잽싸게 수면 위로 솟아 오르고 있을 것이다. 늦은 오후 두 세 시간은 에스파뇰라 Espanola 섬 가드너 베이 Gardner Bay에서 보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어쩌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가장 눈부신 백사장이라 할 만한 곳이다. 이 곳에선 10여 마리의 황갈색 바다 사자들이 수정처럼 투명한 물가에 수염 난 얼굴을 위로 내놓고 누워있거나 앉아 있다. 설령 당신이 그 곁을 지나가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유유자적할 것이다.
생태학적 보고(寶庫)나 다름 없는 갈라파고스 섬을 탐험할 땐 큰 섬의 호텔에 투숙하기보단 배 위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이 배들은 주로 밤에 이동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새로운 장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 날 일정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깨어 있는 시간을 이동하는 데 허비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또한 작은 요트들은 대형 크루즈 선박이 닿기 힘든 육지에도 접근할 수 있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다른 곳들처럼 갈라파고스 섬도 수많은 외부 위협에 취약하다. 1998년 섬 주변 해역을 보호하기 위해 5만 제곱마일 규모의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됐지만, 여전히 불법 어업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0척 넘는 선박들이 해당 구역 내에서 불법 어로활동을 하다 적발됐고, 그 중 한 선박에는 수만 마리의 상어와 물고기들이 잡혀 있었다. 그 결과 섬의 해양 생태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갈라파고스 서식종으로 알려진 푸른발 얼가니새(blue-footed booby)의 개체 수도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줄고 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외래 생물종이 가하는 위협 역시 커지고 있다. 현재 외부에서 침범한 기생 파리가 (약 100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갈라파고스 고유종 핀치 새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갈라파고스 섬 보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과학연구기관 찰스 다윈 재단(Charles Darwin Foundation)과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국(Gala?pagos National Park Directorate)은 이 군도의 보전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핀타 Pinta, 플로레아나 Floreana 및 산타페 섬 등지에서 갈라파고스 땅거북 개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기관의 혁신적 이니셔티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darwinfoundati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 탐험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약해야 할 것들
1988년 설립된 가족 소유 기업 퀘이사 익스피디션스 Quasar Expeditions가 포춘 취재진을 초대했다. 이 회사는 갈라파고스 섬들을 7박 일정으로 탐험하는 두 대의 작은 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전면 개조한 M/V 에볼루션 Evolution호에는 32명, 매력적인 M/Y 그레이스 Grace호-애리스토틀 오나시스 Aristotle Onassis가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와 레이니어 대공 Prince Rainier에게 결혼 선물로 준 배를 개조했다-에는 18명을 태울 수 있다. 두 선박 모두 전세가 가능하다. 홈페이지 quasarex.com.
-갈라파고스로 떠나기
에콰도르 본토의 키토 Quito와 과야킬 Guayaquil에서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항공편이 매일 여러 편 운항된다. 아메리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아비앙카 Avianca 항공이 미국과 두 도시 사이를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출발 전 날
갈라파고스 탐험을 시작하기 전 세련된 숙소에서 푹 쉬고 싶다면, 대저택을 멋지게 개조한 호텔 카사 간고테나 Casa Gangotena가 제격이다. 1978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깊은 키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신고전주의 양식과 아르데코 요소를 훌륭히 결합한 이 부티크 호텔에선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광장과 도심을 둘러싼 화산들도 관망할 수 있다. 홈페이지 casagangotena.com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