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최근 서울대 공대 등 한국 핵심인재 리크루팅에 나섰다. 화웨이 외에 알리바바와 징동닷컴·바이두·텐센트 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거액을 투자하는 곳과 외국계 중국 기업들도 최근 한국 유수 연구자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인재와 기술유출 통제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8일 서울대 공대 등 학계와 공학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연구소와 화웨이재팬 관계자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연구하는 교수 연구실을 돌며 인력교류와 공동과제 등을 제안했다. 화웨이는 최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생 3명 등 서울대와 성균관대 학생 10명을 뽑아 현지 연수를 시켰다.
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사 화웨이가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스파이’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할 때 국내 이통사들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과 겹친다.
서울대 공대 교수 A씨는 “화웨이 측이 찾아와 연구를 소개하며 ‘한국 대학과 학과, 연구실 중 잘하는 곳과 협력을 하고 싶다’며 석·박사 통합 학생들의 인턴 파견과 공동과제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당장은 주변의 눈총이나 언어장벽으로 주저하겠지만 머잖아 학계에서도 중국으로 인력 이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기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반도체 등 주력산업 인재들이 적잖게 중국 기업으로 옮겨간 바 있다.
화웨이 외에 현지 전자상거래 1, 2위인 알리바바와 징동닷컴,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 최대 콘텐츠 기업인 텐센트 등 인공지능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학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만이나 미국계 중국 기업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서울대 공대의 한 연구실은 3개월간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아시아에 3명의 석박사 통합과정 학생을 보내기로 했고 구글차이나에 대한 인턴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연구실은 선전에 진출한 대만 팍스콘으로부터 스마트팩토리 공동연구 제안을 받았다. 서울대 공대 교수 B씨는 “중국의 인공지능 실력이 미국에 근접할 정도로 성장한 상황에서 바이두가 ‘인턴을 보내달라. 연구과제를 같이 하자’고 하는데 양심에 찔려 ‘과제는 이미 충분하다’고 답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 공대 교수 C씨는 “알리바바나 징동닷컴에서도 인력교류와 공동연구 제안을 받았다”며 “거절만 하기에는 마음이 영 편치 않은데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