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일본거래소그룹의 통계를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3조9,000억엔(38조9,000억원) 상당의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3주일간의 순매도액만도 4,470억엔에 달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전체의 순매도액은 외국인 거래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2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상 최대의 엑소더스는 ‘블랙 먼데이’ 폭락 사태가 발생했던 1987년에 이뤄졌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증시를 외면하는 것은 무역전쟁과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시황이 부진한 때문이다.
도쿄 증시의 벤치마크인 토픽스 지수는 올해 들어 5% 가까이 하락해 선진국 증시 중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닛코자산운용의 존 베일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미국 투자자들이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본국 시장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엔 일본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연초 시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달러당 111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엔화는 수차례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다.
영국 민트 파트너스의 마틴 말론 전략가를 포함한 몇몇 분석가들은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이 일본증시에서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말론 전략가는 “외국인투자자들은 2015∼2018년의 엄청난 수익을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이 200억∼300억달러를 매수한다면 닛케이 지수는 날아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