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로 분류된 상당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들이 내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에 포함된다. 무조건 비정규직으로 집계했던 시간제근로자 일부는 정규직에 합산된다. 비정규직 통계 집계 방식이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바뀌어 현재 658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숫자가 7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정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통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29일 서울시 광화문 일자리위원회에서 ‘비정규직 통계 개선 합의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비정규직 범위가 16년 만에 바뀌는 셈이다. 현행 비정규직 범위는 2002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탄생했으나 과거 15년간 특수고용직과 시간제근로자가 증가해 통계 집계 방식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개선된 방식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표되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변화는 비임금 특수고용직을 비정규직 집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자영 특수고용직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덤프트럭·건설장비 기사 등이 해당하며 사업자로 등록돼 근로자 통계에서 빠져 있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이 늘고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간 통계는 숫자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과소추정 문제가 있었다”며 “조사 방식을 바꿔 100만~200만명까지 추정치가 난무하는 특수고용직의 정확한 규모를 집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통계를 보면 특수고용직은 2008년 60만6,000명에서 지난해 49만7,000명으로 줄었다.
전부 비정규직으로 분류했던 시간제근로자 일부는 정규직 통계에 합산한다. 원래 정규직이지만 임신·질병 등의 사유로 일시적 시간제를 선택한 근로자들이 대상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현재 통계는 일시적 시간제근로자까지 모두 비정규직으로 집계해 시간제 일자리는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그릇된 인식을 준다”며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근로자들이 증가하는 만큼 조사 단계에서 이들을 선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 치적을 강조하기 위해 정규직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재호 비정규직 통계 개선 TF위원장은 “특수고용직 집계 확대로 늘어나는 비정규직이 약 50만명, 시간제근로자 일부 집계 조정으로 줄어드는 비정규직이 약 2만명 정도로 예상돼 통계상 비정규직은 전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658만명에 이르는 국내 비정규직 숫자가 새 통계 방식을 적용하면 700만명으로 집계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밖에 노사정 대표들은 비정규직 유형 간 중복집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조사는 한시적(372만5,000명)·시간제(266만3,000명)·비전형(211만2,000명) 유형의 중복조사를 허용해 전체 비정규직 규모(658만명)와 각각의 합(850만명)이 맞지 않는다. 노사정 대표들은 다만 추가되는 특수고용직 등의 비정규직 포함 여부는 국제기준을 살펴 1~2년 내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TF는 “연내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새 국제종사상지위분류(ICSE-18) 권고안이 발표되면 조사에 참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