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에서 공정경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에서 공정경제를 외친들 힘과 돈을 갖고 있는 대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진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은 저희 입장에선 기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한번 제대로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를 할 기회가 온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벤처 업계가 국내 5대 대기업 그룹사와 공동으로 벤처생태계 조성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 구성에 나선다.
벤처기업협회는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과 한 자리에 모여 벤처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협의체를 조성하기 위해 사전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대기업 협력의 필요성과 세부 추진안을 담은 제안내용을 국내 5대 그룹사에 전달하여 그간 개별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조만간 5대 그룹과 한자리에 모여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킥오프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킥오프 미팅을 통해 기술탈취 방지와 정상적인 인수합병(M&A) 문화 조성 등 업계에서 대기업에 꾸준히 제기하던 문제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 회장은 “우리나라엔 수준 높은 벤처기업이 없어 대기업이 제값을 주고 M&A를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대기업이 스스로 (다른 M&A 대상 기업들을 상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갑질을) 뜯어고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오너”라며 “오너가 ‘기술탈취 하지 말고 인력 함부로 때우지 마라’고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벤처기업협회가 5대 그룹사와 협의체를 구성하려 나선 건, ‘민간 주도’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혁신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안 회장의 생각 때문이다. 안 회장은 “지금은 민간주도로 가야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벤처생태계와 대기업 생태계 간의 화학적 결합을 도모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이 맥락에서 벤처기업협회는 직접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규제발굴 시스템’을 구축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고, 협회를 엑셀러레이터로 등록해 창업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엑셀러레이터란 창업 초기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기관을 뜻한다. 아울러 선배 벤처기업이 연달아 1주에 1명 이상 멘토로 참여하는 캠페인을 벌여 후배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첫 멘토로는 안 회장이, 그 다음 주 멘토로는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가 나서게 된다.
/제주=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