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입 안 등을 2.5㎝가량 절개한 뒤 카메라·수술도구를 집어넣어 다양한 정밀 수술을 할 수 있는 단일공(單一孔) 로봇수술기 ‘다빈치SP’가 국내 출시됐다.
몸 속의 좁고 깊은 조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4개의 로봇 팔을 가진 기존 범용성 제품에 비해서는 용도가 제한적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30일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한국에서 다빈치SP를 의료기기로 허가 받아 출시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약 30억원(20억원대 후반)으로 책정했다. 미국에선 전립선암 등 비뇨기 수술을 적응증으로 허가 받았지만 국내에선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폭 넓은 수술에 쓸 수 있다.
다빈치SP는 3개의 수술기구와 1개의 3차원 고화질(3D HD)카메라가 직경 2.5㎝ 크기의 체내 삽입관(캐뉼라) 1개를 통해 평행하게 들어간 뒤 수술 부위 근처에서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움직인다. 수술기구와 카메라는 끝 부분이 팔꿈치-손목-손가락 처럼 3단계로 꺾이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좁고 깊은 몸 속 공간(직경 2~10㎝, 깊이 27㎝까지)에서 우수한 시야확보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4개의 로봇팔을 가진 기존의 다빈치 Si·Xi·X 등은 몸에 직경 1㎝가량의 구멍 3~5개 또는 2.5㎝가량의 구멍 1개를 뚫고 3~4개의 로봇팔(팔 하나에 카메라 또는 수술기구가 1개씩 달림)을 이용해 수술을 한다. 3개의 로봇팔로 단일공 수술도 가능하지만 이들을 한 지점으로 최대한 모으더라도 로봇팔끼리 부딪히거나 일정 정도 간극·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셉 프리드린 인튜이티브서지컬 마케팅매니저는 “다빈치SP는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관절을 통해 보고자 하는 수술 부위를 방향에 관계없이 볼 수 있다”면서 “2.5㎝ 절개부위를 통해 병변을 체외로 꺼내는 수술에 사용할 경우 탈장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렌 버보소 글로벌커머셜 수석부사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한국에서 다빈치SP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세계최고 수준인 한국 의사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다빈치SP를 활용한 수술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는 57개 병원에 77대(전 세계 4,666대)의 다빈치 로봇수술기가 설치돼 있으며 이달 중 누적 수술 10만건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