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행복한 노후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고문




‘시경’에 “행백리자 반구십리(行百里者 半九十里)”라는 말이 있다. ‘백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 길을 반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50리가 산술적으로는 반이지만 그 성취의 어려움에 있어서는 마지막 10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유종의 미’를 강조하는 교훈이다. 인생도 그러하다. 성공한 사람을 보려면 노후 생활을 바라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무엇이 100세 시대에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저해하는가. 노인 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통적인 답은 노인빈곤, 질병, 고독, 역할 상실 등의 순서이다. 만약 노후에도 일할 거리가 있다면 건강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외로움이나 역할 상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만약 노후에도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변화의 시대에 대처해나가는 지혜도 생기고 세대 간 갈등이나 고독감 해결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노인들이 커뮤니티에 속해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령사회로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에 행복한 노후의 삶을 위해 함께 일하고 배우며 나누는 마을공동체의 모범적 모델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본의 최고령 데뷔 시인 시바타 도요(1911~2013)는 98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동네 이웃 할머니가 그냥 마음으로, 삶으로 내뱉은 언어들일 뿐인데 참 위로가 되고 울림이 된다.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시에서 한 구절을 소개한다.


‘자, 보렴 창가에 환한 햇살이 들기 시작해 새가 노래하고 있어 힘을 내 힘을 내 새가 노래하고 있어 아들아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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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나 피카소 같은 천재 예술가들만이 80세가 지난 노년까지 대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시바타 할머니처럼 우리도 누구나 길어진 인생을 각자의 재능에 맞게 사용하고 남들과도 나눌 수 있다. 99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아직도 책을 쓰며 강의를 하고 일을 한다. 그는 저서 ‘행복예습’에서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언제나 행복이 함께했다”고 했다. 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 노년의 매력이 넘친다. 나이 듦의 경륜과 지혜가 상대를 편안하게 하며 전달되기 때문이다. 시와 소설과 그림을 남기지는 않으셨지만 그런 작품보다 더 드라마틱한 굴곡진 인생길을 걸어오면서도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퍼주기만 했던 우리 부모님·조부모님의 삶도 끝까지 일하고 나누고 역할을 가지고 계셨던 행복한 노후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젊은이들이 평생 즐겁게 일하고 배우고 나눠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겠다. 한국은 앞으로 80세까지도 건강하게 일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은 내가 가진 모든 것(재물·재능·건강·유머 등)을 많은 사람 앞에 내놓고 함께 나누는 생활을 할 때 우리 사회의 행복이 배가 될 것이다.

행복한 노후는 사랑이 있는 곳, 나눔이 있는 곳에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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