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주열 총재 일문일답] "가계빚 증가율, 소득증가 웃돌아…불균형 심화"

한은 기준금리 1.50%로 동결

"금융안정 유의할 필요 높아져

통화정책 스탠스 변한것 없어

성장세·물가흐름 더 지켜볼 것"

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돌아 금융 불균형의 정도가 쌓여가고 있다”며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목표 수준으로 물가가 수렴할 시기에 통화완화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스탠스(기조)는 변한 게 없다”면서도 “다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성장세, 물가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조정할지는 여러 가지를 더 지켜보고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가 기준금리 관련 언급한 것을 두고는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나온 원론적인 얘기였고 통화정책 방향에 개입하거나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경제 흐름에는 상방 요인, 하방 리스크(위험)가 늘 같이 존재한다. 미중 무역 분쟁, 국내 고용 부진은 성장을 낮추는 리스크가 될 것이다. 반면에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운용이나 주요 기업의 투자 확대 계획은 경기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7월과 비교하면 상방이든 하방이든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진 게 사실이다. 어느 것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실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작년 11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그 후 통화완화 정도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스탠스를 지속해서 언급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대내외 여건, 특히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졌다. 연초부터 보건복지 강화가 현실화했고 4월부터는 신흥국 금융 불안이 터져 나왔다. 미중 무역 분쟁도 한층 심화한 게 6월이다. 연초부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8만명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하향조정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7월 중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에 그쳐 고용 상황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업종의 업황이 부진하고 구조조정도 있었고, 산업구조·인구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7월에 본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에 제시하겠다.

- 일부 업계의 구조조정이 급격한 고용 부진을 이끌 정도는 아니지 않나.

△ 올해도 GM 등 큰 규모 기업의 구조조정이 있던 게 사실이다.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 투자 등도 올해 더 빨라졌다. 최저임금 인상도 비용 요인을 압박해서 고용 조정 유인을 높였다. 최근 서비스, 자동차, 조선 쪽 업황 부진도 크게 작용했다.

- 한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이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통화정책에 얼마나 고려하나.

△ 고용을 직접 고려한다기보다는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 국회에서 고용 안정을 한은의 설립 목적에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있고 일부 학자도 주장하고 있다. 저희도 검토하지만, 현재로서는 고용을 설립 목적에 포함하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럽다.


-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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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조정한다고 미리 전제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를 지켜보고 조정 여부는 좀 더 두고 판단할 사안이다.

-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용 부진과 집값 상승이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화하는 수단이다. 총공급 측면, 또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2011년 양적 완화(QE) 이후 언급한 적이 있다.

- 최근 한국은행에서 금융 불균형 누적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현 상태는 어떻게 보나.

△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와 시장금리 상승압력 등으로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가계부채 총량 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돈다. 금융 불균형의 정도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속해서 정책당국이 노력해야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 최근 한 청와대 관계자가 기준금리와 관련해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채권시장이 반응했다.

△ 발언의 배경을 파악해 보면 큰 고려 없이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나온 원론적인 얘기였고 통화정책 방향에 개입하거나 그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통화정책 중립성에 의구심이 생기고 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다. 확실히 말씀할 수 있는 것은 금통위원들은 거시경제 상황, 금융안정, 나라 경제를 보고 판단하지 그런 데는 전혀 개의치 않는 점이다.

- 명확하게 어떤 요건이 있어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봐야 하나.

△ 연초부터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목표 수준으로 물가가 수렴할 시기에는 완화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그 스탠스가 계속이다. 현재로서는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겠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있어 아직은 더 신중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바뀐 게 아니다.

- 전기료 인하 외에 정부 정책에 따른 물가상승률 억제 요인이 더 있나.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에 머무르는 것은 정부 정책 요인이 컸다고 본다. 전기료 인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에 따른 물가 하방 효과가 작지는 않았다.

-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일부 지역의 개발계획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하는 점, 시중에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빠른 상승은 여타 요인, 지자체 개발계획 같은 것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동성도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안정 차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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